태양이 죽음에 임박할 때 지구가 어떤 운명을 겪게 될지는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있지만 최소한 수성은 (그리고 아마도 금성도) 태양으로 빨려들어 최후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크게 부풀어 오르면 결국 태양에 가까운 행성들은 흡수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죠. 사실 거의 100 억년의 수명을 누린 후에 이런 일을 겪는 행성들은 사실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모든 행성들이 이렇게 천수를 누리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벤더빌트 대학의 천문학과 대학원생인 트레이 맥 (Trey Mack, a graduate student in astronomy at Vanderbilt University) 과 지도 교수인 케이반 스타선 (Vanderbilt Professor of Astronomy Keivan Stassun) 및 그의 동료들은 지구에서 약 117 광년 정도 떨어진 쌍성계인 HD 20781 과 HD 20782 에서 기묘한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쌍성계에는 행성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속설과는 달리 이 두 별은 각기 자신만의 외계 행성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두 별이 다소 떨어진 거리인 9080 AU (1AU = 1.5 억 km) 사이를 공전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놀랄 만한 일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밝혀진 외계 행성 가운데 이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이 발견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연구자들이 주목한 점은 이 별의 화학적 조성입니다.
HD 20782 는 1.36 ± 0.12 AU 정도 되는 가까운 거리에 목성 질량의 1.80 ± 0.23 배 이상인 목성형 외계 행성 한개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반성 HD 20781 는 0.169 ± 0.0028 AU 거리에 지구 질량의12.04 ± 1.11 배 정도 되는 외계 행성과 0.3456 ± 0.0047 AU 거리에 지구 잘량의 15.76 ± 1.2 배 정도 되는 외계 행성을 거느린 것으로 보입니다. 두 별은 모두 G 형 별로 태양과 비슷하지만 태양보다 좀 더 나이를 먹은 것으로 (약 70 억년) 보입니다.
그런데 이 두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해보자 매우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별은 98 % 이상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원소들은 2% 미만을 차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별들에서는 보통 지구형 행성들을 구성하는데 들어 있는 알루미늄, 규소, 칼슘 등이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한가지 가능한 설명은 이 별들이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들을 삼켰다는 것입니다.
(Some Sun-like stars are ‘Earth-eaters.’ During their development they ingest large amounts of the rocky material from which ‘terrestrial’ planets like Earth, Mars and Venus are made.
Credit: Image courtesy of Vanderbilt University )
(동영상)
사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별이 거느린 행성을 집어삼키는 경우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행성의 궤도는 대개는 안정적이긴 하지만 다른 행성 들과의 상호 작용으로 본래 있던 궤도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태양계에서도 과거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불운한 행성은 모항성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결국 흡수되는 운명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이 쌍성계에서 그런일이 발생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적색 거성에 의해서 흡수된 행성에 대한 보고에 이어 ( http://jjy0501.blogspot.kr/2012/08/105.html 참조) 아직 주계열성 단계에서 흡수된 행성에 대한 증거가 발견된 셈입니다. 물론 이 주장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HD 20782 와 HD 20781 모두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과연 그 메카니즘은 어떤 것일까요.
거대한 가스 행성은 보통 가스가 충분히 뭉칠 수 있는 거리에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 가스 행성들이 다른 행성과의 중력 상호 작용 등으로 인해 더 안쪽 궤도로 들어오는 경우 모항성 근처에서 공전하고 있던 암석형 행성과의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만약 궤도가 너무 근접해 공존이 어려운 경우 암석형 행성의 선택지는 가스 행성에 흡수되거나 아예 다른 궤도로 튕겨나가거나 혹은 모항성에 흡수되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마지막 일이 이 별들에서 일어났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우주에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고 행성들은 그보다 더 많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성에 의해 삼켜진 행성이 있다고 해서 놀랄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의문점은 얼마나 흔하게 그런 일이 발생하는 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우리 지구에 그런 일이 없었던 점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겠죠.
이 연구는 The Astrophysical Journal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Claude E. Mack III, Simon C. Schuler, Keivan G. Stassun, John Norris. DETAILED ABUNDANCES OF PLANET-HOSTING WIDE BINARIES. I. DID PLANET FORMATION IMPRINT CHEMICAL SIGNATURES IN THE ATMOSPHERES OF HD 20782/81? The Astrophysical Journal, 2014; 787 (2): 98 DOI: 10.1088/0004-637X/787/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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