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다이어트 콜라가 살빼는 데 도움이 될까 ?



(다이어트 콜라캔   Evan-Amos at wiki commons. public domain image 


 최근 당류가 과량 포함된 음식과 음료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비만과 당뇨, 각종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이전에도 몇차례 포스팅을 한 바 있죠. 


소프트 드링크의 위험성 : http://jjy0501.blogspot.kr/2013/03/blog-post_8714.html
과도한 당분 섭취가 심장 질환 사망률을 높인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204974481


 특히 당분이 과다하게 포함된 음료 - 대표적으로 콜라 같은 탄산 음료 - 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음료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비난 여론과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탄산 음료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음료 회사들은 칼로리가 없는 합성 감미료를 함유한 0 칼로리 음료들을 내놓았습니다. 


 좀더 유식한 말로 non-nutritive sweetened beverages (NNS) 라고 부르는 다이어트 음료들은 당류가 포함된 음료 sugar-sweetened beverages (SSBs) 의 대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냥 물을 마시면 될 일이지만 오랬동안 탄산 음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비만, 과체중, 당뇨환자들에게는 그나마 체중과 혈당을 조절하는 쉬운 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이어트 음료들이 실제로 체중 감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는 다소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분명 피자나 치킨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즐겨 먹으면서 다이어트 콜라를 곁들인다면 체중 감량은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다이어트 음료에서 줄인 칼로리는 같이 섭취한 칼로리 폭탄에 비해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죠. 반면 음식 조절과 운동 요법, 기타 체중 감량 요법을 병행하면서 다이어트 음료를 보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왔습니다. 


 최근 콜로라도 대학 (University of Colorado Anschutz Center for Health and Wellness in Aurora) 과 템플 대학 (Temple University's Center for Obesity Research and Education in Philadelphia) 의 연구자들은 303 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12 주에 걸친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 물과 다이어트 음료 중 어느 것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지를 테스트 했습니다. 저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이는 이와 같은 대조군 연구로는 최초의 전향적 무작위 임상 실험 (prospective, randomized clinical trial) 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물만 섭취했던 그룹에 비해 다이어트 음료 (NNS) 를 섭취한 그룹은 덜 배고픔을 느꼈을 뿐 아니라 체중 감량도 13 파운드 (약 5.9 kg) 에 달해서 물만 섭취한 그룹의 9 파운드 (약 4.1 kg) 보다 더 높았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저널 Obesity 에 발표했는데 이 연구는 결론 자체도 그렇지만 미음료협회 (American Beverage Association (ABA)) 등의 지원을 받은 연구여서 의학계 안팎에서 다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가 다이어트 음료가 물보다 더 우월하다는 결론을 얻어내기에는 대상이 적을 뿐 아니라 기간도 짧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다이어트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과도한 칼로리 섭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지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참여한 피험자들이 아니라는 차이도 존재합니다. 


 2014 년 1월에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에 존스 홉킨스 대학 (Johns Hopkins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평소에 다이어트 음료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사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의 국가 건강 미 영양조사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1999-2010 data) 에 참여한 20 세 이상의 성인 23965 명을 대상으로 칼로리 섭취를 비교한 결과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에 의하면 과체중이나 비만이면서 다이어트 음료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이와 동시에 식품으로 부터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서 다이어트 콜라와 팝콘/피자/햄버거 등을 먹는 경우인데 다이어트 콜라만 먹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개 미국에서의 식생활 문화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체중을 감량하려면 다이어트 콜라 + 피자가 아니라 피자와 콜라 모두를 끊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결론은 위의 연구 결과가 다이어트 음료가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이 다이어트 음료를 주로 소비하는 계층이고 이들이 다이어트 음료와 같이 섭취하는 고칼로리 식품들은 체중 조절에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다이어트를 하려면 사실 다이어트 콜라보단 고칼로리 식단을 가능한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다른 고칼로리 식단은 배제할 수 있는데 탄산 음료만 끊기가 어려운 특수한 상황을 빼면 다이어트 음료는 다이어트에 큰 도움은 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마도 다이어트 음료의 가장 큰 이득은 이걸 마시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정신적 안정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ohn C. Peters, Holly R. Wyatt, Gary D. Foster, Zhaoxing Pan, Alexis C. Wojtanowski, Stephanie S. Vander Veur, Sharon J. Herring, Carrie Brill, James O. Hill. The effects of water and non-nutritive sweetened beverages on weight loss during a 12-week weight loss treatment program. Obesity, 2014; 22 (6): 1415 DOI: 10.1002/oby.20737
  2. Sara N. Bleich, Julia A. Wolfson, Sienna Vine and Y. Claire Wang. Diet Beverage Consumption and Caloric Intake Among US Adults Overall and by Body Weight.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January 201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