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류 (microalgae 혹은 microphyte) 는 바다와 민물에 서식하는 단세포 광합성 생물로써 흔히 식물 플랑크톤이라고 불리는 생물입니다. 이들은 해양 생태계의 밑바닥을 구성하는 중요한 생물들로써 지구 전역에 매우 흔하게 분포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서 미세조류가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세 조류가 가지는 몇가지 특징 때문입니다.
첫번째 특징은 이 미세 조류들이 세포 분열로 아주 쉽게 분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옥수수나 쌀이 분열해서 두배가 되지는 못하지만 단세포 미세 조류는 수온과 영양염류등의 상황이 적당하게 맞으면 빠르게 분열해서 하루에서 몇배로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수일이 지나면 전체 개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바다나 호수의 색이 변할 수도 있죠. 그 대표적인 경우가 적조 현상입니다.
두번째 특징은 미세 조류는 단세포 생물이나 관다발이나 줄기, 뿌리 등의 조직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세포가 광합성에 참여하므로 바이오매스 생산에 유리합니다. 같은 면적에서 재배를 한다면 미세 조류에서 얻어지는 바이오연료의 양은 옥수수나 콩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옥수수나 콩은 뿌리, 줄기를 생성하는데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지만 미세 조류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미세 조류는 굳이 농경지에서 재배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현재 곡물 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처럼 식량 vs 연료 논쟁 (굶주리는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도 많은데 귀중한 식량을 연료로 바꾸고 있다는 논란) 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많은 연구 기관에서 미래의 대체 에너지원으로 미세 조류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최근 유타 주립대학 (Utah State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은 저널 PNAS 에 이런 미세 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가 전세계적인 에너지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유타 공학 대학원의 제프 무디 (USU mechanical engineering graduate student Jeff Moody) 와 그 동료들은 미국 에너지부 (DOE) 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 미세 조류 바이오 연료의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미세 조류 바이오 연료의 생산성은 현재 바이오 연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옥수수나 대두 (Soybean) 에 비해서 월등하다고 합니다. 연간 1 에이커 (Acre = 4,046.8564224 제곱 미터) 에서 생산되는 바이오 연료의 양은 2500 갤런 (9464 리터) 으로 옥수수의 48 갤런 (182 리터) 나 대두의 18 갤런 (68 리터) 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수치를 보인다고 합니다.
(Solix BioSystems 의 미세 조류 연료 생산 시험 시설. PBR (Photobioreactor) 를 사용하는 방식. At a pilot plant facility at Coyote Gulch outside Durango, Colo., microalgae is grown for biofuel production. In a recent paper published i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Utah State University researchers reveal findings of an worldwide assessment of microalgae productivity potential. The team’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U.S. Department of Energy. Credit: Solix BioSystems. )
여기에 앞서 언급한대로 농경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농업 생산이나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연구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미국, 캐나다, 브라질, 중국에서 경작할 수 없는 불모지를 이용하면 전체 연료 수요에 30% 를 충당할 수 있으며 전세계적인 연료 수요에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바이오매스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세 조류는 매력적인 대상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적어도 일부 국가에서) 곡물로 만든 바이오 에탄올은 쉽게 볼 수 있는 반면 아직 미세 조류로 만든 바이오 연료는 보기 어려운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단 생산된 미세 조류를 쉽게 연료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곡물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일도 조금 공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세 조류를 바이오 디젤이나 에탄올로 가공하는 일은 꽤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갑니다. 그 결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미세 조류의 재배 비용이 아무리 저렴하다해도 실제 연료 생산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미세 조류 대신 해조류로 만든 제트 연료. 해조류는 아예 땅이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연료 전환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 An image of Honeywell's Green Jet Fuel produced with algae in a beaker. Credit : Honeywell )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기업들은 물론 쉐브론이나 엑손 모빌 같은 화석 연료 생산의 대명사격 회사들까지 미세 조류를 포함한 조류 바이오 연료 (Algae fuel) 개발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역시 위에서 말한 장점들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업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있는 공정만 개발되면 조류 바이오 연료는 제법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일부 기업들에게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버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사파이어 에너지 (Sapphire Energy) 나 솔라자임 (Solazyme) 같은 회사들이 조류 바이오 연료의 상업화에 도전 중에 있고 (이들 기업은 생산 시설을 2012 - 2013 년 부터 시험 가동 중) 유럽에서는 DEMA ('Direct Ethanol from MicroAlgae') 라는 EU 회원국들의 다국적 미세 조류 바이오 연료 생산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금이 기술 발전과 및 투자 정도를 고려하면 향후 10 년 이내에 조류 바이오 연료의 본격적인 상업화가 가능할 것인지의 여부가 더 확실하게 입증될 것으로 보이는 데 여기에는 국제 유가의 흐름 (지금 처럼 10 년전 보다 높기는 한데 배럴당 100 달러 선에서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상승, 혹은 하락 추세를 보일지) 이나 세계 경제의 성장세, 그리고 석유를 비롯한 액체 연료의 수요 변화 (예를 들어서 대중 교통의 보급이나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가 많이 보급되는 것은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고 신흥국의 자동차 보급은 수요를 증가시킴) 등 여러가지 외부 변수들이 같이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온실 가스 감축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 앞으로 이런 친환경 연료에 대한 투자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조류 바이오 연료에 대해서 앞으로 기회되는대로 더 소개 드려보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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