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 정자 (sperm) 은 난자에 비해서 매우 작고 그 수도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예외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죠. 일부 동물들은 이해가 안될 만큼 거대한 정자를 지닌 경우도 있는데 심지어는 수컷의 몸길이보다 정자가 더 긴 희안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UNSW) 의 연구자들은 정말 희안하게도 화석화된 거대 정자를 발견해 이를 보고했습니다. 고생물학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보고한 화석은 적어도 1700 만년전 된 것으로 퀸즐랜드주 리버슬레이 세계 화석 유산 지역 (Riversleigh World Heritage Fossil Site)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서 35 년간 화석을 발굴해 온 뉴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마이크 아처 교수 (Professor Mike Archer, of the UNSW School of Biological,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s) 과 그의 연구팀은 작은 갑각류의 일종인 패충류 (혹은 개형류/오스트라코다 (Ostracoda)) 의 화석을 연구했습니다.
그의 연구팀에 패충류 화석 전문가인 존 네일 (John Neil, a specialist ostracod researcher at La Trobe University) 와 독일에서 온 르네이트 마츠케-카라츠 박사 (Dr Renate Matzke-Karasz, from Ludwig Maximilian University of Munich, Germany) 는 내부 장기가 정말 완벽하게 보존된 패충류의 화석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는데 이를 강력한 싱크로트론 (synchrotron X-rays) 로 내부 구조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불과 1 mm 미터 크기에 불과한 작은 화석 내부에는 1.2 - 1.3 mm 길이의 정자 (사람 정자 길이의 20 배) 가 존재했습니다. 이는 역대 발견된 정자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대략 그 연대는 1600 - 2300 만년 사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과거 발견된 가장 오래된 정자 화석이 15000 년 된 것임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결과인 셈입니다.
(싱크로트론으로 확인한 화석의 내부. 동그란 부분은 정자의 단면이 잘린 것임 Cross-section of fossil ostracod sperm. The nuclei in each sperm (dark spot) are indicated by arrows.
Credit: R. Matzke-Karasz)
(네이처 비디오)
사실 정자의 길이로만 따지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1 mm 크기의 개형류에는 무려 1 cm 길이의 정자가 발견된 적도 있고 심지어 이보다 더 큰 정자도 자연계에는 존재합니다. 다만 이렇게 오래된 정자 화석은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정자 세포가 화석으로 남았다는 사실이나 아니면 이렇게 거대한 정자 세포가 있다는 것 모두다 놀랍다고 하겠습니다.
'고생물학 세상에 이런일이' 라는 코너가 있다면 반드시 나올 것 같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언제, 왜 이렇게 거대 정자가 진화했는지 잘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번 발견은 이들이 이렇게 거대한 정자를 진화시킨 비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R. Matzke-Karasz, J. V. Neil, R. J. Smith, R. Symonova, L. Mo kovsky, M. Archer, S. J. Hand, P. Cloetens, P. Tafforeau. Subcellular preservation in giant ostracod sperm from an early Miocene cave deposit in Australia.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4; 281 (1786): 20140394 DOI: 10.1098/rspb.2014.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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