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SF 영화나 소설에서 그랬던 것 처럼 전기적인 자극을 뇌에 가하므로써 꿈을 꾸게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괴테 대학 ( J.W. Goethe University Frankfurt) 의 우르술라 보스 ( Ursula Voss ) 가 이끄는 연구팀은 뇌에 특별한 전기 자극을 가해 자각몽 (Lucid dream) 을 꾸게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자각몽은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형태의 꿈으로 아마도 인간에게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에게 설문 조사를 해볼 수는 없으니 확실치는 않지만...) 자각몽은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일부 내용은 의지대로 바꿀 수도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꿈의 내용이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의 연구자들은 자각몽이 REM 수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스와 그녀의 연구팀은 18 세에서 26 세 사이의 남자 12 명, 여자 15 명을 지원자로 받아 경두개 변위 전류 자극 transcranial alternating current stimulation (tACS) 장치로 뇌에 전기적 자극을 가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마치 기괴한 뇌실험을 상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피험자는 안전한 상태에서 머리에 전극 장치를 붙이고 잠을 자면서 검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피험자들은 수분 정도 RAM 수면을 잔 후 tACS 를 적용받게 됩니다. 이후 피험자를 강제로 깨운 후 꿈에 대해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피험자들은 2 Hz, 6 Hz, 12 Hz, 25 Hz, 60 Hz, 100 Hz 의 주파수로 매우 약한 전기자극을 받았기 때문에 중간에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잠을 자다가 나중에 깨서 설문에 응했습니다.
(수면 중 빠른 안구 운동을 특징으로 하는 RAM 수면. (붉은 색 박스안) This is a screenshot of a polysomnographic record (30 seconds) representing Rapid Eye Movement Sleep. EEG highlighted by red box. Eye movements highlighted by red line. MrSandman at English Wikipedia )
그 결과는 피험자가 25 Hz 와 40 Hz 에서 자각몽을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파장이 모두 저감마파 (lower Gamma Frequency : EEG 상에서 나타나는 뇌신경 파형 중 하나) 에 속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감마파는 의식을 되찾는 것과 연관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 그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입니다.
한가지 더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많은 피험자들이 유체이탈과 같은 경험. 즉 내 모습을 외부에서 보는 것 같은 경험 (Out-of-Body Experience, OBE ) 을 했다는 점입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전부터도 OBE 는 자각몽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가 한가지 시사하는 점이라면 미래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내용을 조종할 수 있는 형태의 꿈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앞으로 정신 분열증이나 강박 장애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아무튼 그 자체로 흥미로운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특정한 내용의 꿈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영화 '인셉션' 에서 보는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Nature Communications 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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