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팀과 다이버팀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40 미터 밑 바다에서 보존 상태가 양호한 유골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대륙 원주민의 유골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10 대 소녀로 두개골을 포함해 상당히 좋은 상태로 유골이 보존되었을 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DNA 까지 보존되어 베링 육교 (Bering Land Bridge. 마지막 빙하기에 해수면이 낮고 빙하가 잘 발달 되었을 때 지금의 베링 해엽은 걸어서 지날 수 있는 장소였음) 를 지나 신대륙에 정착한 초기 신대륙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카탄 반도의 호요 네그로 (Hoyo Negro) 앞 바다의 상크 악툰 동굴 (Sac Actun cave system) 에서 발견된 유골을 들고 있는 다이버들 Photo by Paul Nicklen/National Geographic Divers Alberto Nava and Susan Bird transport the Hoyo Negro skull to an underwater turntable so that it can be photographed in order to create a 3-D model.)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 (National Geographic Society) 와 멕시코 정부 산하의 국립 역사 및 인류학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Anthropology and History (INAH)) 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수중 고고학 연구의 쾌거라고 부를 수 있는 성과를 거둔셈입니다. 이 연구의 실마리가 된 것은 2007 년 다이버인 알베르토 나바 (Alberto Nava) 와 그의 동료들이 호요 네그로에서 잠수를 하던 도중 수중 동굴에서 인간의 유골을 발견하면서 부터 입니다. 이 발견은 고고학자들을 유카탄 반도 앞바다로 끌어 들였으며 마침내 유골 전체에 대한 발굴이 이뤄지면서 잘 보존된 mDNA 샘플을 확보하는 성과까지 올렸습니다.
이 유골의 주인공은 17000 - 26000 년 전쯤 베링 육교를 건너던 초기 아메리카 인의 후손으로써 대략 12000 - 13000 년전 사이에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해안가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가 잠수 장비도 없던 시절 이렇게 깊은 바다로 들어간 사연은 사실 해수면 상승에 있습니다.
당시에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따뜻해 지던 시절이었으며 18000 년에서 8000 년 사이에 걸쳐 해수면이 130 미터 정도 상승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유럽과 현재의 미국, 캐나다를 덮었던 거대한 육지 빙하가 녹으면서 저지대는 물에 잠기는 대신 사람이 살기 힘들었던 수천 미터의 얼음이 녹아 유럽과 북미 대륙이 사람이 살만한 동네가 되었죠. 이 유골의 주인공은 그 중간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당시에는 바다위에 있던 동굴이 물에 잠기면서 수심 40 미터 바닥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발굴 지점에서는 검치호 (Saber toothed cat) 를 비롯 대형 포유류 화석도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보다 더 중요한 것이 mDNA 분석 결과입니다. 이를 분석한 연구의 주저자인 제임스 채터스 (James Chatters of Applied Paleoscience) 에 의하면 마지막 빙하기에 신대륙으로 건너온 고대 신대륙인 (Paleoamericans, the first people to inhabit the Americas after the most recent ice age) 과 현대 아메리카 원주민 (modern Native American) 은 아무래도 같은 핏줄인 것 같다고 합니다. 이들은 같은 mDNA 그룹인 Beringian-derived mitochondrial DNA (mtDNA) haplogroup (D1) 에 속했습니다.
베링 육교는 오랬동안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라시아 대륙에 있었던 다양한 인종들이 여러 차례 이 육교를 통해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올 수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과연 현재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언제 여기를 통과해서 이주했는지는 매우 큰 의문거리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12000 - 13000 년 사이 유카탄 반도에는 이미 아메리카 원주민의 선조가 살았던 것 같습니다. mDNA 결과는 다른 선조를 가진 두개의 그룹이 아니라 신대륙으로 이주한 그룹이 이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진화 (in situ evolution) 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이버들에 의해서 나이아 (Naia) 라는 이름이 붙은 이 소녀는 대략 15 - 16 세 사이의 나이였으며 키는 4 피트 10 인치 (대략 145 cm) 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체구의 소녀이지만 우리에게 큰 정보를 제공한 셈입니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물에 잠긴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의 유적이 발견되듯이 먼 미래에는 현대 인류의 유적이 바닷속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런 미래가 오지 않는게 우리 후손을 위해서 더 좋겠지만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J. C. Chatters, D. J. Kennett, Y. Asmerom, B. M. Kemp, V. Polyak, A. N. Blank, P. A. Beddows, E. Reinhardt, J. Arroyo-Cabrales, D. A. Bolnick, R. S. Malhi, B. J. Culleton, P. L. Erreguerena, D. Rissolo, S. Morell-Hart, T. W. Stafford. Late Pleistocene Human Skeleton and mtDNA Link Paleoamericans and Modern Native Americans. Science, 2014; 344 (6185): 750 DOI: 10.1126/science.125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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