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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지능이 낮아서 였을까 ?



 호모 네안데르탈시스 Homo neanderthalensis 이라고 불리는 사람과의 동물은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 와 매우 가까운 친척이지만 흔히 현생 인류와 그 조상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져 왔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사실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현생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빙하기의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우월한 특징이 있다면 추위와 거친 환경에 잘 적응했다는 것 정도입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은 지능이나 지능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구를 만드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사라진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바로 이 낮은 지능입니다. 비록 일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 집단에 유전자를 남기기는 했지만 ( http://jjy0501.blogspot.kr/2013/12/Early-Human-Interbreeding.html 참조) 대부분의 네안데르탈인이 후손 없이 멸종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전통적인 시각은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Homo neanderthalensis. Skull discovered in 1908 at La Chapelle-aux-Saints (France).  Luna04 at Wikipedia )  


 그런데 최근 콜로라도 불더 대학의 자연사 박물관 (University of Colorado Museum of Natural History) 의 큐레이터인 파올라 빌라 (Paola Villa) 와 공저자인 윌 로브로크 (Wil Roebroeks, an archaeologist at Leiden University in the Netherlands) 는 자신들이 PLOS ONE 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와 같은 전통적인 시각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다룬 주된 이론들은 이들이 효과적이지 못한 의사 소통이나 인지 능력의 열등함으로 인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에 비해서 열등한 무기로 인해 사냥 능력이 떨어졌으며 한정된 먹이에 의존해 살았기 때문에 현생 인류의 조상과의 생존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멸종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의문을 품은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진실은 어떤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아무튼 이 이론들은 실제 증거에 기반해 있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주장입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사냥 기술이 열악하고 지능적이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실제로는 많은 연구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들이 그룹을 이뤄서 바이슨들을 싱크홀로 몰고가 사냥을 하거나 매머드들을 집단으로 몰고가 사냥을 한 흔적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매우 지능적이고 상호 협력이 가능한 사냥을 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수십만년 동안 자신보다 큰 먹이를 사냥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것만 보더라도 열등한 사냥꾼이었다는 가설에는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죠.


 또 최근의 고고학적 증거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한정된 먹이가 아니라 매우 다양한 식량 자원에 의존해 살았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매머드에서 견과류에 이르기까지 네안데르탈인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먹이를 최대한 섭취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 발견된 증거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이 몸에 염색을 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떤 상징성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안데르탈인들의 지능이 현생 인류만큼 좋지는 않았던 점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멸종의 이유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석기 시대 인류를 제외한 수많은 포식자들이 인류보다 지능이 낮았지만 그래도 그 이유 때문에 모두 멸종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저자들이 지적한 점도 이런 부분인 것 같은데 '일단 멸종했으니 뭔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능이 인류보다 낮다. 그러니 낮은 지능이 멸종의 이유이다' 라는 논리적 비약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저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결국 사라지게 된 대안적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네안데르탈인과 많은 수의 현생인류가 교배를 하면서 네안데르탈인이 자연스럽게 현생 인류에 동화되어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genetic swamping and assimilation by the increasing numbers of modern immigrants)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진실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의도치 않게 결과의 포로가 될 가능성에 대한 고려입니다. 결과에 맞춰 원인을 생각하면 서로 인과 관계가 없는 것을 인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솔직히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대한 새로운 이론 보다 저자들이 이런 점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워서 소개해봤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Paola Villa, Wil Roebroeks. Neandertal Demise: An Archaeological Analysis of the Modern Human Superiority Complex. PLoS ONE, 2014; 9 (4): e96424 DOI:10.1371/journal.pone.0096424





댓글

  1. 상대적으로 작은 수라서...일단 많고 봐야겠군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원인이 무엇이든 왠지..ㅠㅠ
    ...효과적이지 못한 의사소통이나 인지능력의 열등함으로 인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건 현생인류도 끊임없이 겪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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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직 결론은 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선 최근에 새로 밝혀진 부분도 많고 해서 쉽게 결론을 내리긴 어려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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