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윈도우폰까지 차단 ? - 셧다운제는 이제 시작이다



 
 2012 년 11월 27 일은 대한민국 정부 규제의 새역사를 쓴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거대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규제 법안 -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청소년 보호법' 등 - 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아예 18 세 미만 유저들의 윈도우 라이브 기능 이용에 제한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일반적인 상식에 견주어 미성년자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규제를 잔뜩 만들면 결국 미성년자임을 구별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 방식이 쉽게 우회할 수 있는 것이고 실제 청소년이 게임을 우회해서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이런 장치를 하는데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여러 게임을 서비스하는 시스템인 XBOX live 나 GFWL 같은 경우에 이를 위해 게임마다 별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한국에 대해서만 성인 인증을 하고 미성년 유저들은 정당한 경우라도 이용을 못하게 금지시켰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2959647 참조) 


 그런데 이것이 당초 알려진 것 이상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윈도우 폰 8 유저의 경우 - 비록 아직 한국에는 유저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 성인 인증을 받고 19 세 이상임을 입증해야만 윈도우 라이브에 접속해서 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인증을 하지 않으면 성인 유저라도 앱을 설치할 수도 없고 아이핀 인증을 받았더라도 성인이 아니면 게임 뿐 아니라 앱 자체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래 링크 기사 참조) 




 아직 윈도우 8 에 있는 윈도우 스토어 까지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미래에는 이것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2013 년 5월 31 일 이후로 2 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치고 모바일 게임에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일입니다. 그 경우 당장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의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아예 해당 서비스가 한국에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그렇게 되어 이 악법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사실 이런 식의 규제는 아무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미성년자들에게 다양한 우회 기법을 익히게 하는 기회만 제공할 뿐입니다. 더구나 아예 적용을 피해가려고 게임들에 몇가지 요소를 첨가해 성인용으로 만들면 성인 인증을 우회한 청소년들이 성인용 게임을 더 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또 한편으로 이런 규제는 정당한 성인 사용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pk 파일로 설치가 가능한 안드로이드는 마켓에서 정당하게 구매할 경로가 막힐 경우 다른 우회로를 통해 앱들을 받으려고 할 것이며 이 경우 악성 코드 유포 문제와 앱 생태계 사장, 불법 앱 유통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미국이나 기타 국가 우회 계정을 소지하려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혹은 탈옥하려는 유저가 더 증가하게 되겠죠. 어느 쪽이든 사용자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지금 발생한다면 국민적인 저항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셧다운제 (청보법 개정안) 및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 미성년자의 과도한 게임 이용을 막아야 한다면서 찬성하셨던 분들은 이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법안 등장 이후 청소년 및 미성년자 게임 이용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바보가 아니라면 이 법을 만든 정치인과 관련 부서 종사자들 뿐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피해는 이제 미성년자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유예를 두고 있는 모바일 게임 들까지 영역이 확대되면 이 피해는 더 커질 것 입니다. 


 제목에서 처럼 셧다운제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이상한 규제들은 사실 이제 시작입니다.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점차 범위를 확대해 나가면서 애매한 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상한 규제에 대해서 비웃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외국의 반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손발을 묶고 불편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걸 세계에서 비웃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겠죠. 그런데도 그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으니 답답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