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위장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카모플라주 (Camouflage) 라는 단어는 군용 위장막이나 위장을 가리키는 용도로도 널리 사용되지만 자연계의 다양한 위장 전략을 지칭하는 단어로도 사용됩니다. 최근 유럽의 연구자들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자연 위장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들이 보고한 것은 사실 4 m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곤충인 Hallucinochrysa diogenesi 입니다. 이 곤충은 맥시류 (혹은 풀잠자리류, Neuroptera) 에 속하는 유충으로 지금으로 부터 1억 1000 만년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유충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건너뛰고 지금까지 생생하게 보존된 이유는 물론 호박 속에 보존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호박 화석은 중생대의 호박이 자주 발굴되는 스페인 북부의 El Soplao 에서 2008 년에 발굴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를 연구한 Ricardo Pérez-de la Fuentea 등의 연구자들은 이 유충 주변에 존재하는 필라멘트 및 식물의 조각들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치 비슷한 위장막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Hallucinochrysa diogenesi 의 보존 호박 The fossil is a predatory larva of the order Neuroptera covered by filamentous plant remains. (Credit: University of Barcelona) )
H.diogenesi 의 유충은 주변에서 식물 조각들을 이용해서 자신을 포식자로부터 위장하고 몸을 숨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현재의 유충들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놀라울 것은 없지만 1억 1000 만년 전의 것이 보존되었다는데 작지 않은 의미가 존재합니다. 이미 곤충들은 포식자에 대응해서 오래전부터 다양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최초의 곤충들이 이미 고생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던 점을 생각하면 1 억 년 이상된 곤충이라고 해도 다양한 생존 전략을 진화시켰을 것입니다.
아마도 중생대의 곤충들도 아주 다양한 위장 전술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중 극히 일부만 화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위장막의 경우 거의 화석으로 남기 힘든 부분인데 운좋게 나무의 수지속에 같이 유충 한마리 덕에 우리가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습니다. 비록 성충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유충 입장에서보면 운이 나빴던 경우이지만 말이죠.
이 연구 결과는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에 기재되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