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년 12월 24 일 미국의 국방 안전 협력국 (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 는 언론 보도 자료를 내고 한국에 4 기의 RQ-4 Block 30 (I) Global Hawk 를 12억 달러에 판매하기 위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이것은 해외 무기 판매의 첫 단계로 의회의 반대가 없어야 글로벌 호크의 해외 수출이 가능합니다. (아래 DSCA 링크 참조)
이 보도가 나간 후 일부 국내 언론들은 한국 도입이 확정된 것 처럼 성급한 보도를 냈지만 사실 아직 우리나라가 구매를 결정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미 의회의 승인까지 마쳤다고 해도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2012 년 초에 방위사업청에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바 있기 때문이죠.
(캘리포니아 Beale 공군 기지에서 정비 중인 글로벌 호크 Source : USAF )
2011 년만 해도 한국의 글로벌 호크 B 4 기 구입은 거의 성사 되는 듯 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정찰 자산의 부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고 고고도에서 100 km 밖까지 항공 정찰이 가능한 글로벌 호크는 휴전선을 넘어가지 않고도 휴전선 이북의 북한을 감사할 수 있는 정찰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입하려 할 무렵에는 가격이 급등했고 본래 예상했던 예산인 4500 억원을 크게 초과한 1 조 원 이상으로 가격이 늘어났습니다.
이 시기에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은 너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사실상 구매할 수 없다고 의사를 밝힌바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44852388 참조 ) 사실 1 조 원도 무리한 가격인데 1조 3000 억원은 더 가능성 없어 보이는 가격이라고 해야겠죠. 방위 사업청은 이보다 좀 더 저렴한 대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확실한 대체제가 없어 현재까진 유동적입니다.
아무튼 글로벌 호크는 당초 사업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서 가격이 너무 크게 급등해서 미국에서도 Block 30 과 40 개발에 우여 곡절을 겪으며 진행 중에 있습니다. 초기에는 저렴한 무인기를 생각하고 개발되어 설령 정찰 중 손실되더라도 파일럿의 희생이 없는 것은 물론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생각되었으나 이제는 본래 대체하려고 했던 U - 2 보다 훨씬 비싼 정찰기가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우리에게 구매 제안이 들어온 것 역시 대당 3 억 달러 수준이니 중형 무인기 한대가 거의 대형 여객기나 혹은 F- 16 편대 가격을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우리 예산 실정에서 이런 초고가 정찰기를 산다는 것은 사실 좀 무리한 일이라고 해야겠죠.
물론 이렇게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기체 자체 가격보다는 각종 센서의 가격 때문인데 점차 성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다보니 새로운 센서와 레이더를 장착하게 되었고 생산 대수가 많지 않다보니 결국 기기당 가격이 크게 급등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생산양이 적어도 개발비는 동일하게 들어가게 마련이니까요.
(2008 년 캘리포니아 산불을 공중 정찰한 글로벌 호크. 위성과는 달리 한 지점에서 24 시간 실시간 공중 감시 정찰이 가능한 점이 글로벌 호크의 매력이지만 이제는 너무 비싼 기체가 된 상태 Source : US Navy )
특히 블록 30 의 경우 유인기인 U - 2 를 훨씬 초과하는 유지비로 미 공군도 현재 이의 추가 구매 및 유지를 거부한 상황이라 과연 우리가 구매할 메리트가 있는지도 다소 의문이긴 합니다. 더구나 이를 구매하고 나서도 이를 운용하려면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적지 않을 텐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왜 block 40 이 아닌 block 30 인지도 궁금하긴 하네요)
아무튼 여기저기서 예산이 없다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게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일상이 된 지금에 대당 3 억 달러 무인 정찰기가 과연 한국에 도입될 수 있느냐는 참 의문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돈이면 더 유용한 부분에 사용할 수 있을 듯 한데 말이죠. 눈을 가린 상태로 싸울 수는 없는 일이니 정찰 자산의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비용 문제 역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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