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보면 정치적으로는 회의적인 무당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된 이유는 특히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깊이 생각해 본 것 같지 않은 선거 공약과 비현실적 재원 마련 계획 때문인데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공약 보고 투표하란 이야기는 투표하지 말란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또 그렇게 타당성 조사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내건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도 보기 드물었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게 한국 정치의 어쩔 수 없는 수준인 걸 생각하면 답답하기도 하고, 그 나라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 수준을 못 넘는다는 이야기를 생각하면 남 탓을 하기 앞서 스스로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실현 가능성이나 재원 마련 방법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듯한 공약들이 남발되었는데 특히 복지 예산이 화두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주요 후보들이 필요한 재원 (財源 ) 을 다 마련하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는 공약들을 들고 나왔는데 아마 이전 선거에서도 그랬듯이 일부 공약은 선거와 함께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 아마 상당수 유권자들도 이게 다 지켜진다고 믿은 사람들을 별로 없을 듯 합니다 - 일부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면서 시행할 것입니다. 100% 약속 안지키기는 아무래도 여론의 압박이 있을 테니 말이죠.
물론 공약 가운데는 검찰 개혁 처럼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공약들도 존재하는 만큼 돈이 없다고 공약이 다 지켜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는 현실적인 반발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문제가 되겠죠. 다만 여기서는 다룰 내용이 아니고 제목 처럼 소요 재원 추정에 대한 타당성과 재원 마련 방안의 타당성에 대한 내용을 여기서 다룰 것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일단 박근혜 당선자의 공약집 (http://www.park2013.com/policy/eyepledge_1.html 에서 다운 가능) 을 보면 대략 400 페이지가 좀 안되는 중앙 공약집과 100 페이지가 좀 안되는 시도 공약집이 있고 기타 세부적인 공약에 대한 내용을 그 아래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려는 이야기는 사실 돈이 많이 드는 각종 복지 공약이 타당성이 있느냐는 이야긴데 사실 시기적으로 보면 이런 이야기는 선거일 전에 대선 기간 중 하는 게 맞겠죠. TV 토론회를 통해서나 언론을 통해서 공약의 타당성이 심도 있게 논의 된 것 같지는 않았고 결국 이번 선거 역시 이미지 선거였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등의 우려등이 있을 수 있고 아무래도 이상한 댓글들이 많이 달릴 것으로 예상되어 시기를 선거 뒤로 미뤘습니다. 또 실제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하는지 좀 지켜본 후 포스트를 작성한 부분도 있죠.
사실 공약집을 한번이라도 훑어본 분들은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양대 후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공약집이 꽤 긴데다 읽다보면 좋은 이야기만 잔뜩 써놓은 것 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아마 소요 재원 예상과 재원 조달 계획까지 보신 분은 더 적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근혜 당선자 공약 소요 재원 결론 부분)
긴 공약집에 비해서 소요 재원에 대한 부분은 6 페이지 수준이고 그것도 각 사업에 대한 추정 재원에 대한 설명만 있고 어떻게 그런 추정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원 조달 계획 부분은 단지 2 페이지에 불과해 공약집 전체 크기에 비해 매우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위에 보이는 것이 재원 조달 계획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 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계획은 시작 년도인 2013 년 부터 실현이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가지 오해를 덜기 위해 설명드리면 사실 문재인 후보 공약집도 그 구성에서는 비슷합니다. 즉 좋은 이야기가 잔뜩 써진 후 아주 빈약하게 소요 재원 추정과 조달 방식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공약 이행에 따른 추가 소요 재원이 연평균 38.5 조원에 달해서 사실 박근혜 후보 공약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훨씬 달성이 어려워 보입니다. 즉 이 글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비극이라면 양대 유력 후보의 공약 모두가 실현 가능성에서 의문스럽다는 점이겠죠. 공약 타당성을 기준으로 투표를 하려면 사실 표를 던질 후보도 없는 현실인데 그래도 결국 저도 투표는 했습니다. 투표 마저 안하는 것 보다는 낫기 때문이죠.
아무튼 2013 년 예산안을 마련해야 되는 시점에서 이런 현실성 문제는 결국 선거 공약을 압도한 모습입니다. 여야가 12 월 28 일 잠정 합의한 예산안에는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한 1.6 조원이 상당 부분은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0-5 세 무상 보육을 위한 예산 증액 1 조원,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에 1800 억원등이 주요 예산 반영 사업이었고 기타 사병 월급 인상, 참전용사 명예수당 추가 인상, 청장년ㆍ어르신ㆍ여성 맞춤형 일자리 창출 등의 예산도 반영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예산 증액은 당초 대선 공약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입니다.
본래 2013 년 계획대로라면 기존 예산에서 재정 지출을 4.9 조원이 줄이고 세수를 5.4 조원 늘려야 하지만 실제로는 2 조원이 채 안되는 재원 조달을 위해서 지역 사회 간접 자본 (SOC) 예산 3 조원 가운데 1.5 조원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SOC 는 일시적으로 줄일 수는 있겠지만 계속 줄일 수는 없고 언젠가는 다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런 식으로 예산을 항시적으로 확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기타 사회 간접 자본없이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또 실제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도 0-5 세 무상 보육을 위해 국고에서 7000 억원 정도 지원하고 나머지 액수는 지방 자체제에서 마련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지자체들이 돈이 없는 상황이라 결국 국고에서 1 조원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정도 예산으로 진짜 필요 경비를 다 충당이 가능한 것인지도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올해도 무상 보육 한다고 했다가 결국 예산이 없어 1 년도 안되 이를 철회하네 마네 하는 해프닝성 사건이 있었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공약에 필요한 소요 예산 조달 방법에 대해 사전에 면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주먹 구구식으로 예산 조달 방법과 규모를 대충 산정했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실제 예산 편성과정에서는 본래 추정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으며 재원 조달은 여기에 턱없이 미치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재원 조달도 당장 급한데로 SOC 투자를 축소해서 달성했던 것인데 이것이 과연 매년 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스럽고 (언젠가 미래에 해야할 일이 될 수도 있고 미래에 같은 일을 하려면 사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비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재원 조달 방식도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 종합 과세 기준을 4000 만원 초과에서 2000 만원 초과로 강화하는 재원 조달 방식은 매년 6000 억원 정도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공약집에서 예상했지만 실제 적용은 2013 년 소득부터 (즉 2014 년 신고) 이며 그 액수 역시 5만명에서 19 만명으로 과세 대상이 확대되도 세수 증대 효과는 3000 억원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즉 재원 조달 방식도 공약집과는 아주 다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여야가 합의해서 타결한 조항이 이런 상황입니다.
박 당선인은 일괄적으로 국가 예산을 삭감해서 무려 5 년간 71 조원이란 예산을 만든다는 복안이지만 사실 그런 수준의 대규모 긴축이 가능한 것인지 매우 궁금한 일입니다. 갑자기 예산이 줄어들면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고 - 예를 들어 앞서 예를 든 SOC 투자가 그 사례. 과연 사회 간접 자본 투자 없이도 경제 성장과 국가 기반 유지가 가능할 것인지 ? - 실제로는 그만큼 예산을 삭감하기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에다 실제적인 법인세나 부가 가치세 등 간접세 증세 없이, 그리고 소득세의 증세도 거의 없이 탈세로 새는 세금을 막아서 대규모 증세를 이룬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도 매우 의심됩니다. 공약과는 별개의 문제로 탈루되는 세금은 당연히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저는 그렇게 쉽게 세금을 늘릴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를 반문하고 싶습니다. 새는 세금을 막는 일이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의문을 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잡히지 않은 범죄자가 있다면 당연히 경찰에서는 검거율을 높이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설정하겠죠. 하지만 이것이 100% 효과를 내서 앞으로 범죄자 검거율이 예상 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고 신규 경찰 인력 채용을 줄이는 등 미래 정책을 설정한다면 어떨까요. 그럴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인데 사실 그건 우리 속담으로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일이 되겠죠.
세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새는 세금을 막고 공정한 조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하지만 이를 통해서 세금이 오를 것을 100% 확신하고 미리 예산을 짜고 공약을 세운다면 이는 어불 성설입니다. 지하 경제를 줄이고 실제 탈세를 줄이고 난 이후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더구나 박 당선자가 어떤 방식으로 탈세를 막고 새는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 현재까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았고 제가 지지했던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일단 박근혜 당선인이 당선된 만큼 어찌되었든 잘 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이 부분은 일단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 당연히 바라는 기대가 되겠죠. 하지만 솔직히 지금 되가는 모양세나 혹은 현실 문제를 고려했을 때 상당수의 공약 (公約 - 공정할 공, 맺을 약 ) 은 역시 선거가 끝난 후 공약 (空約 - 빌공에 맺을 약, 즉 빈 약속) 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그건 우리 나라 선거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즉 누구 한사람 비난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마 공약 중 일부는 어떻게든 추진하겠지만 전부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보면 부작용이 더 크겠죠. 물론 사실 공약 가운데는 돈이 들지 않는 형태의 공약도 상당수 들어가기 때문에 그래도 나중에 발표되는 공약 달성률은 그렇게 낮지 않을 것으로 지금부터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권당은 여기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벌써 부터 눈에 그려지네요.
한편 이와는 별개로 또 한가지 우려되는 일은 공약 재원 마련은 물론이고 예상 보다 걷히지 않는 세금을 보전하기 위해 - 사실 현재 경제 성장률이 정부 예상 보다 낮아지면서 새로운 공약 재원 마련이 문제가 아니라 본래 마련하려고 했던 세수도 확보 못해서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일입니다.
이번에는 추가 국채 발행이 9000 억원 정도로 기존의 발행 정도에 비교해서 큰 액수는 아니지만 결국 이 9000 억원에 대해서 나중에 국민들이 원금 + 이자까지 갚아 나가야 합니다. 지금 세금 안내고 사업하니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세상에 결국 꽁자 점심은 없게 마련이고 선심은 정치인이 쓰면 결국 돈은 국민이 내게 되어 있는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입니다.
글이 길어져서 일단 줄이기로 하고 나중에 이 주제와 연관해서 아마 몇가지 포스트를 더 작성하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시간이 있다면 말이죠. 그 중 하나는 아마 외국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내용에 대한 반론이 될 듯 합니다.
참고
동의 한 가장 현실적인 생각. 한국에서 비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떠오르는 세계 후보들도 있습니다. 선거에서 성공하고 의자에 앉았을 때 우리는 선거와 선거 이후 활동 사이에 큰 격차를 발견합니다. 강남비상주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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