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개정된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 과연 앞으로 논란이 사라질까 ?



 


 최근 언론 보도들에 의하면 향후 아동음란물 소지죄로 적발된 경우 2013 년 1 월부터는 초범에 한해서 (그리고 초범인데 음란물 소지 개수가 1-2 개 정도로 적은 경범인 경우에 ) 교육 조건부 기소 유예 조치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2개월 사이에 수천명이 기소되어 검찰로 송치된 탓에 경찰과 검찰의 업무가 과중하고 실제 범죄자를 단속하는 대신 2D 속 세상의 아동 및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대상을 구제하는데 수사력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기사 참조)    




  
 하지만 사실 이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흔히 해외에서 이야기하는 아동 음란물이 실제 아동을 출연시키는 형태의 음란물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국내에서 이런 음란물의 인기가 매우 높을 가능성 보다는 그냥 교복을 입고 출연한 배우가 나오는 음란물... 하는 식으로 단속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수천명씩 기소되어 검찰로 송치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와서 무슨 선심 쓰듯이 그럴게 아니라 본래 이전에 아청법 개정안 자체가 아동 및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가진채로 개정된 것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또 구체적인 성행위가 아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라는 더 애매 모호한 규정이 들어가 경찰이 원하기만 하면 세상에 아동 음란물 아닌게 없는 상황이 된 것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하나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정치인이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금와서야 다시 아청법을 개정하고 2012 년 12월 18일 새롭게 아청법이 다시 개정되어 2013 년 6월 19일 적용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개정안이라는 것도 사실 보면 뭐가 달라졌는지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아래 링크 참조)  



 이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제 2 조 5 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으로 개정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달라진 것은 '아동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중 명백하게라는 한 마디가 더 들어간 것입니다. 즉 앞으로도 사람이나 표현물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아동 청소년이 출연하지 않아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명백하지 않은데 기소 했다는 의미인지 뭔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개정안입니다. 구체적으로 '아동 청소년 음란물이란 이런 것' 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논란이 되는 제 2 조 4의 다항의 "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 도 살아남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행위나 유사 성행위가 없는 표현물이라도 여전히 아동 청소년 음란물로 기소가 가능합니다. 


 한편 단순 소지자에 대한 형량은 올라가는 대신 범위가 '알면서도 이를 소지한'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알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기소되면 모르고 받았다고 하겠죠. 법원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유죄가 되는데 그러면 대체 어떻게 유무죄를 가릴 건지 이해가 언뜻 되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 11조 5 ) 

 결국 법안의 논란이 되는 부분은 아직 그대로이고 단순 소지자에 대한 형량은 강화되었습니다. 다만 경범 (?) 이고 초범인 경우 교육 조건부 기소 유예를 하겠다고 하니 지금처럼 무차별 기소와 검찰 송치는 줄어들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사한 문제가 계속 생길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생각없이 법을 개정하므로써 본래 법의 목적인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교복 입은 성인 배우가 출연하면 무죄냐 유죄냐, 그림인데 성인이 아닌 것 같으면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이렇게 사회적인 갈등과 손실을 유발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아청법의 목적은 아동 성범죄를 막는 것입니다. 경찰이 할 일도 역시 그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논란의 쟁점은 이미 실제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입니다. 이전 법안대로 실제 아동 및 청소년이 출연하는 음란물로 범위를 제한했다면 전혀 생기지 않았을 논란이죠. 


 지금까지 2012 년 5월에서 10 월 사이 1758 명이 아동음란물 사법으로 적발되었고 이후에는 집중적인 단속 덕에 수천명이 추가로 더 기소되어 경찰 업무가 차질을 빚을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아청법으로 기소된 사람 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01% 에 이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현재 대로 가면 아청법 위반 (기소 + 기소 유예) 1 만명 돌파는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실제 아동 음란물 사법이고 잠재적 아동 성범죄자일까요. 


 제 생각엔 상식적으로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숫자의 인구집단입니다. '아동이나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그리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 등의 법률 조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죠. 이렇게 많은 사람을 기소하거나 처벌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사실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불필요한 일에 사회적 힘을 낭비하고 실제 범죄자를 수사해야 할 경찰이 엉뚱한 사람들을 기소하게 된 것은 21 세기 초 가장 큰 블랙 코메디입니다. 이번에 아청법을 개정하면서 이런 부작용은 줄이고 실제 아동 성범죄 예방과 처벌을 분명하게 해야 했는데 이제는 과연 그런 의지가 정치권에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한심한 일을 계속 할 건지 궁금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