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각종 재료를 가공해서 식품을 만들어온 역사는 아마 문명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 음식들은 문자 기록이 남기 이전에는 대부분 썩어서 없어지기 때문에 문자 시대 이전의 음식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든 경우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치즈나 혹은 비슷한 유가공 식품 역시 그렇겠지만 쉽게 상해서 없어지기 때문에 문자상의 기록이 남기전 언제부터 치즈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치즈의 제조 흔적은 7000 - 8000 년전 사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인류가 가축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 소나 양 같은 가축의 젓을 장시간 보관하다가 저절로 치즈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곧 알았을 테고 결국 단시일내로 다양한 치즈 제조법을 개발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브리스톨 대학 (University of Bristol) 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폴란드 북부 - 중부 지역에서 약 7000 년 전의 치즈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치즈의 흔적은 운좋게 진흙을 구워 만든 단지안에서 발견되었는데 물론 먹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아직까지 지방산을 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구조는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 치즈가 그냥 우연이 굳은 상태가 아니라 현대의 치즈 처럼 생겼으며 같이 발굴된 도자기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꽤 세련된 치즈 가공 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발굴된 7000 년된 치즈 거르는 체 (치즈 자체가 아님) A sieve fragment from a clay pit in north-central Poland which was submitted to lipid residue analyses. (Credit: Image by Mélanie Salque) )
이번에 발굴된 여러 도기들과 그 내부에 남아 있는 지방산의 분석 및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연구자들은 대략 7000 년전에 이미 다른 단계에 유제품을 처리하는 단지와 일종의 체를 가지고서 치즈 같은 유제품을 가공해서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인류 식품 가공의 역사를 크게 앞당기는 발견 중에 하나겠죠.
하지만 이런 식품 가공의 역사가 유럽에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 입니다. 세계 각지에 곡물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거나 다양한 식품 가공의 역사가 문자가 개발되기도 전에 존재했을 것입니다. 미래에는 이런 발견이 한국에서도 있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김치의 역사도 생각 이상으로 오래되었을지 모르는 일이죠.
이번 연구는 Natur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élanie Salque, Peter I. Bogucki, Joanna Pyzel, Iwona Sobkowiak-Tabaka, Ryszard Grygiel, Marzena Szmyt, Richard P. Evershed. Earliest evidence for cheese making in the sixth millennium bc in northern Europe. Nature, 2012; DOI:10.1038/nature1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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