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이견을 좁히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이미 미국 대선이 끝난지 거의 한달 반이 넘은 시점에서까지 민주 공화 양당 그리고 백악관이 재정 절벽 협상을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갑자기 등장한 이슈도 아니고 1 년이 다되가는 이슈에 대해서 이견을 아직까지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공화, 민주 양당 대표들이 재정 절벽 문제에 대해서 상의하는 중. 2012 년 11월 25 일 Source : Voice of America )
참고 : 이전 재정 절벽 관련 포스트
난항 중인 재정 절벽 협상 : http://blog.naver.com/jjy0501/100173382624
재정 절벽과 재정 균형 사이 - 미국의 선택은 ?
재정 절벽에 대한 배경이나 기타 설명은 이전 포스트에서 다룬적이 있어 넘어가기로 하고 일단 이 실망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이렇습니다. 공화당은 세금을 더 거두는데, 그리고 민주당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데 반대해서 (사실 이 구도는 양당의 철학이 다르기도 하고 지지 세력이 다르기도 해서 상당히 오래전 부터 계속된 구도라고 할 수 있음) 양당은 대선 직후 부터 협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 타협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선 직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 조 달러의 증세안을 포함하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여기에는 기업 및 연 소득 25 만 달러의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앞으로 10 년간 1.6 조 달러 정도 증세를 제안했고 공화당은 반대로 2.2 조 달러의 재정 긴축을 제안했습니다.
사실 이는 의회와 행정부 관점에서 봤을 때도 대결 구도가 그려지는 데 어느 정당이든 자신이 집권하면 대대적인 재정 긴축을 자청해서 하는 경우는 위기 상황 이외에는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예산을 줄인다는데 좋아하는 행정부는 많지 않겠죠. 사실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도 예산 긴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야당 입장에서 행정부와 반대에 서기 때문인지 아주 과감한 수준의 재정 긴축을 요구했고 당연히 집권당인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한동안 이 대결 구도로 가는 듯 하다가 결국 이대로는 파국만이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12월 31일 전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플랜 B 가 나오는 듯 했습니다. 이는 고소득층 증세를 100 만 달러로 하면 이견을 좁힐 수 있겠다는 공화당의 제안이었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금 상황에서 증세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공화당이 노리는 것은 100 만달러 이상 증세 (라기 보단 정확히 말해서 부시 감세의 종료로 이전 세율로 돌아가는 것) 를 양보해서 나머지 계층의 감세 혜택을 연장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의견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모두가 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곧 드러나는 것이 표결에도 붙일 만큼 충분한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12월 31 일이라는 마감시점까지 양당의 줄다리기는 계속 되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예 협상이 결렬되고 재정 절벽이 현실화 되는 시나리오는 대부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상황은 공화 민주 양당 모두에 치명적인 결과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금융 시장도 크게 요동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양측 모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보다는 조금 전략적 양보를 해서라도 협상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서로 지기 싫어하는 상황이고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르다보니 완전히 타협에 이르지 못하고 부분 타결에 이른 후 내년까지 협상을 연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이렇게 많이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협상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아마 12 월 31일 까지 협상에 실패한다면 시장의 반응 역시 극도로 실망스러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사정을 보면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교훈은 증세라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결국 소비세 증세를 관철시킨 민주당은 1 년이 안되 정권을 내주게 되었고 미국의 경우도 사실 그 정도 증세로는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증세 (라기 보단 사실 이전에 감세 혜택 축소임. 이전 세율로 돌아가는 것인데 사실 그 세율도 다른 선진국 보다 낮은 수준) 만으로도 이렇게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전 감세를 할 때는 반대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점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왜냐하면 세금 덜 내라는데 반대하는 국민은 별로 없지만 세금 더 내라고하면 당연히 반발이 따르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당장 내 월급이 줄어들거나 아니면 정산해서 내야하는 돈이 늘어나면 반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 이런 문제를 고려하면 결국 어떤 형태의 증세안이든 사실 정치적으로 관철시키기 쉽지 않습니다. 유럽 복지 국가들은 여기서 꽤 예외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를 제시하면서 증세가 쉬울 것 처럼 이야기 한다면 어불성설입니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만 예외적으로 세금이 잘 걷히는 경우죠.
증세안은 조세 저항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그냥 다른 나라보다 세율이 낮으니 증세는 간단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절대 성공하기 힘들 것입니다. 조세 형평성 문제에서 탈세문제까지, 그리고 세금 인상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반발까지 다양한 조세 저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당연히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 처럼 현재 감세 혜택을 고소득층부터 줄여 나가겠다는 것도 이렇게 저항이 엄청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이제는 시간이 별로 없고 빨리 협상을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