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글로벌 호크 유지비는 ?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글로벌 호크의 1 년 유지비가 전투기 190 대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기사가 나와서 이를 좀 찾아봤습니다. 이 내용은 한국 국방 연구원 (KIDA) 가 기획 재정부의 의뢰로 시행한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글로벌 호크 (Global Hawk RQ-4B Block 30) 한 세트 (지상 지원 시설과 컨트롤 시스템, 기체 4 대 및 기타 부대 부품) 을 20 년간 유지하는 비용이 6 조원이고 1 년에 3000 억원으로 계산한 것인데 현재 KF - 16 135 대의 연간 유지비가 2000 억원이 채 안되는 수준이고 F-15 K 전투기 60 대도 연간 1000 억원 수준이라 주력 전투기 유지비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죠. 




(테스트 중인 글로벌 호크 블록 30   The RQ-4 Global Hawk Block 30 carries the Airborne Signals Intelligence Payload which will increase battlefield signal collection capabilities. The 452nd Flight Test Squadron is scheduled to begin developmental flight tests on the aircraft in February.
Photo by Senior Airman Julius Delos Reyes
Photo source: US Air Force  )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일단 미 정부와 연구소들의 보고서들을 찾아본 결과 결국 생산 대수가 급격히 감소한데다 개발비까지 급등해 대당 가격이 급격히 올라갔고 이 얼마 안되는 숫자의 글로벌 호크를 장시간 운용해야 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소모되어 최종적으로 예산이 엄청나게 들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본래 글로벌 호크는 대당 기체 가격이 3500 만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기체만의 가격이고 문제는 각종 센서류입니다. 이를 개발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했는데다 IDA (Institute for Defense Analysis ) 의 보고에 의하면 그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서 결국 개발 중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호크 블록간 센서 차이.   Source : IDA ) 


 결국 Block 30  에 이르러서는 개발비 초과로 인해 42 대 구매에서 18 대까지 구매가 감소했고 이로 인해 개발비 40 억 달러를 기체당 나눌 경우 대략 2억 1500 만 달러라는 고가의 기체가 되버리고 만 것 입니다. 하지만 해외에 수출할 경우 본전을 뽑아야 하고 여기에 부가 설비가격까지 포함 가격이 대당 3 억 달러라는 믿기 힘든 고가 무인기가 된 것이죠. 우리에게 4 대 세트 구매 가격으로 12 억 달러를 부른 것은 그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사실 2008 년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호크를 구매하려 했을 때 이렇게 가격이 급등한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도입 비용으로 2487 억원을 배정했었습니다. 당시 정찰 자산이 없어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그 정도면 적당한 가격으로 생각되었죠. 그러나 그 다음해와 다음해를 거치면서 미국에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사업비는 4800 억원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사실은 1 조원도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리나라가 사실상 구매를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도입 가격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실 유지비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미 글로벌 호크 블록 30 을 인도 받은 미 공군도 U - 2 에 비해 너무 엄청난 유지비 때문에 이를 그냥 창고에 보관하는 대안을 선택할 만큼 블록 30 의 유지비는 엄청나게 비싸졌습니다. 블록 30 의 경우 시간당 비행 비용이 대략 3 만 달러 이상으로 웬만한 전투기 이상으로들 뿐 아니라 정찰기의 특성상 상당히 장시간 비행을 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이 내용은 2011 년 말에 DAMIR (Defense Acquisition Management Information Retrieval) 에서 내놓은 Selected Acquisition Report (SAR) 에서 보고되었습니다. 



( Source : SAR  ) 


 여기서 BY 2000 $ 는 2000 년 달러 가치 기준이란 의미입니다. 이 기준으로 글로벌 호크의 시간당 비행 비용은 31118 달러로 계산되었습니다. 글로벌 호크의 예상 운용 시간을 20 년으로 잡고 1800 미션 혹은 4만 시간 비행을 예상하면 기준 년도 비용으로 총 운용 및 지원 비용 (O&S) 이 155 억 9110 만 달러로 예상되며 이를 현재 가치로 바꾸게 되면 도입비를 제외하고 20 년간 운용 유지 비용만 233 억 8880 만 달러에 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연간 유지비만 거의 12 억 달러 수준입니다. 


 여기서는 총 45 기의 글로벌 호크를 도입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한 것이지만 이미 미 공군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블록 30은 포기하고 블록 40 11 기 정도만 도입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죠. 



(미 공군은 블록 30 18 기를 포기해서 예산을 아끼고 대신 블록 40 의 수량을 최초 22 기에서 11 기로 줄여서 도입한다는 계획    Source : Iris research ) 


 따라서 대략 현재 가치 기준으로 비행 시간 당 비용을 4 만 달러 이상으로 계산했을 경우 연간 7500 시간 정도 (기체당 2000 시간 미만) 비행하게 되면 실제 연 3000 억원 정도 비용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만약 도입하게 되면 실제 운용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100%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정찰기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평시에도 계속 감시가 필요하므로 상당히 장시간 공중 감시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그러면 비용이 꽤 들겠죠. 사실 본래 목표는 유인기인 U - 2 보다 훨씬 저렴한 무인기를 생각한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제작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유지비도 U - 2 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비싼 녀석이 되고 말았습니다. 



 글로벌 호크 블록 30/40 이 도입되면 본래 2016 년에 은퇴할 예정이었던 U - 2 는 1957 년 최초 도입 후 50 년 넘게 임무를 수행한 것도 모자라 앞으로 최소 2023 년까지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B - 52 와 더불어 장수 만세를 외쳐야 할 노익장 비행기가 될 모양입니다. 




 (비행 중인 록히드 마틴 U - 2   USAF  )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래 예상했던 가격보다 글로벌 호크의 개발 비용과 대당 가격이 크게 초과했다. 그래서 시간당 비행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정찰기라 비행 시간이 본래 길다 (임무당 비행 시간이 전투기는 2 시간이 넘지 못하는게 대부분 이지만 글로벌 호크는 수십 시간에 이를 수 있음) 또 평시에도 계속 감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렇게 연간 유지 비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미국도 그냥 55 세 넘은 U - 2 를 다시 계속 쓸 계획인데 과연 우리가 이렇게 비싼 녀석을 구매할 수 있을지 사실 매우 궁금해지는 상황입니다. 물론 방사청도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고 사실 긍정적인 입장이라도 돈이 없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구매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결국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저렴한 대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대당 3 억 달러도 비싼데 매년 수억 달러씩 유지비가 들어가면 뭐 이걸 대체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수준이네요. F - 35 는 이 녀석에 비하면 그나마 양반입니다. 


 아무튼 뭔가 저렴한 대안을 도입해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 않은 게 국방부와 방사청의 고민일 것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