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근접한 궤도를 돌고 있는 소행성들은 지구 충돌의 가능성과 더불어 탐사의 용이성으로 말미암아 이전부터 큰 주목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1036 가니메드 (Ganymed) 다음으로 큰 근지구 소행성 (Near-Earth asteroid NEA) 에 433 에로스 (433 Eros) 가 있습니다.
이 소행성은 아모르 (Amor) 그룹에 속하는데 이는 그 궤도가 지구 궤도 밖에 존재하는 근지구 소행성으로 근일점이 1.017 AU 보다 크면서 1.3 AU 보다 작은 그룹을 이야기 합니다. 앞서 설명한 아텐이나 아폴로 그룹은 지구 공전 궤도와 교차하는 소행성이지만 아모르 그룹은 지구 궤도 밖에서 태양을 공전하며 이와는 반대로 근지구 소행성인데 항상 지구 궤도 안쪽을 도는 그룹을 Atira 소행성 그룹으로 부릅니다.
근지구 소행성에서 가장 큰 소행성들은 아모르 그룹에 속하는데 1,2 위인 가니메드와 에로스가 여기에 속합니다. 이 중에서 가니메드의 경우 아직 탐사선이 간 적이 없어서 상세한 조사가 되어있지 않지만 에로스의 경우 니어 슈메이커 NEAR - Shoemaker 탐사선이 1998 년과 2000 년에 상세한 탐사를 시행해서 우리가 여기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로스의 근접 촬영사진. 니어 슈메이커에 의해 촬영된 사진 Credit: NEAR Project, NLR, JHUAPL, Goddard SVS, NASA )
(반대쪽에서 바라본 에로스 Credit : NASA/NEAR Project (JHU/APL))
에로스는 34.4 x 11.2 x 11.2 km 정도 크기를 지닌 S type 소행성으로 (주로 규산염 - 규산철, 규산 마그네슘으로 이루어진 소행성으로 S 는 석질 (stony) 이나 규산염 (silicate) 를 의미. 탄소가 적은 타입의 소행성이다. 철과 니켈등 금속물이 혼합된 구성 성분을 하고 있다. 전체 소행성의 17% 에 해당되며 주로 화성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 안쪽 소행성에 많다.) 그 질량은 6조 6900 억톤 정도 입니다. 단단한 S 형 소행성으로 밀도 역시 2.67 ± 0.03 g/㎤ 수준으로 높습니다. 그래도 표면 중력은 0.0059 m/s² 정도에 불과하지만 말이죠.
궤도는 화성의 궤도를 침범하는데 (Mars - crosser asteroid) 원일점은 1.783 AU, 근일점 1.133 AU, 그리고 semi major axis 는 1.458 AU 정도입니다. 에로스의 궤도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소행성의 궤도라는 것이 소행성이 작고 주변에 중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천체들이 있는 경우 불안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행성 자체의 나이는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생각되며 사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극도로 낮은 궤도를 돌고 있으나 수백만년에 한번 꼴로 소행성의 궤도가 중력의 영향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합니다. 이 경우 지구 궤도를 가로지르는 소행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여지는 존재합니다. 다만 지난 수십억년간 지구와 충둘하지 않고 잘 지낸 것처럼 앞으로 수십억년 이상 충돌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하죠. 물론 만약에라도 충돌하면 지구 표면의 생명체 대부분이 멸종되고 말겠죠.
2011 년에 한 연구에서는 200 만년 동안 잠시 지구 궤도와 공전 궤도가 겹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10 만년간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소행성과 충돌이라도 해서 궤도가 크게 바뀌지 않는 이상 현재 궤도에서 화성의 중력의 영향으로 궤도가 크게 변경되어 지구 궤도로 침범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말이죠.
나사에서는 1996 년 이 소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니어 슈메이커 탐사선을 발사했습니다. 이 탐사선은 1998 년에 최초로 에로스에 fly by 를 한 후 최종적으로 2000 년에 에로스와 같은 공전 궤도에서 정밀 관측을 했고 2001 년 2월 12 일에 에로스 표면에 착륙해서 자료를 수집했으나 2월 28 일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사실 중력을 생각해 보면 착륙이라는 표현이 어려울 정도지만 그래도 충돌 (?) 후에도 바로 고장나지 않고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니어 슈메이커와 에로스의 컨셉 아트 Credit : NASA)
(니어 슈메이커의 미션 맵. 중간에 마틸데라는 다른 소행성도 관측했음 Credit : NASA)
니어 슈메이커가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이 소행성은 낮인 부분은 섭씨 100 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며 밤에는 영하 150 도 까지 온도가 내려간다고 합니다. 하루도 짧아서 대략 5.27 시간 주기로 자전합니다. 에로스 표면에는 여러개의 크레이터가 존재해서 지금까지 태양계에서 지내면서 수많은 소행성간 충돌이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크레이터의 존재로 인해 에로스 표면에는 작은 크레이터가 없는 지역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아마도 파편들로 인해 덮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소행성 이름이 에로스인 만큼 그 크레이터도 유명한 연인들의 이름을 붙인 게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 아이다 (Aida) 이름을 딴 아이다 크레이터나 돈 주앙 (Don Juan- 돈 후안이라고도 하며 본래 전설상의 호색가였으나 티르소 데 몰리나의 희곡에 의해 문학상의 인물이 됨) 크레이터, 카사노바 크레이터 (Casanova Crater) 등이 그것입니다. 독특하게도 일본 고전 문학인 겐지모노가타리 (겐지 이야기) 의 겐지 크레이터도 존재합니다.
(에로스 표면의 크레이터, 약 지름 5 km Credit : NASA )
(니어 슈메이커가 착륙 직전에 찍은 에로스의 표면. 약 250 미터 위에서 찍은 것이고 대략 사진의 크기는 가로 세로 12 미터 정도의 면적임. 표면에는 레골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됨. Credit : NASA )
(에로스의 공전 모습. 여러개의 크레이터가 이 소행성이 많은 충돌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이 중에는 10 억년 이상 된 것도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됨 NASA / Johns Hopkins University Applied Physics Laboratory )
에로스는 지구에 근접한 궤도와 여러가지 금속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분 때문에 미래 우주 개척시에 중요한 목표로 생각되는 소행성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SF 소설에서 많이 다뤄지기도 했죠. 여기서 에로스는 소행성대를 넘어 목성으로 진출하려는 인류의 전진기지가 되기도 했고 심지어는 그 자체에 엔진을 달아 세대를 거듭해서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선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름과는 달리 못생긴 땅콩 내지는 아령 모양의 소행성이지만 앞으로 우주 진출에서 그 궤도상 인류에게 요긴하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 어쩌면 지표나 그 아래에 있을지 모르는 자원에 - 있을 테니 말이죠.
참고
Michel, P.; Farinella, P.; Froeschlé, Ch. (1996-04-25). "The orbital evolution of the asteroid Eros and implications for collision with the Earth". Nature 380 (6576): 689–691. Bibcode 1996Natur.380..689M. doi:10.1038/380689a0. Retrieved 201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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