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년이면 아기가 태어나 성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지만 별의 일생을 기준으로 하면 정말 눈깜빡할 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역시 인간의 척도로 우주를 바라볼 수 밖에 없죠. 최근 무려 30 년간 진행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벨기에 왕립 천문대 (Royal Observatory of Belgium ROB ) 의 과학자들도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HR 8752 혹은 V509 Cassiopeiae (V509 Cas) 라는 극대 거성 (Hypergiant) 을 오랜 세월 관측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0 년간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별의 일생 중 아주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변화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대부분의 극대 거성이 이 단계를 매우 빠르게 지나치게 되므로 이런 현상을 관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명이 3000 만년인 별에서 일생에 한번 30 년간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하려면 확률적으로 100 만개 정도 관측을 해야 가능합니다.
극대 거성 HR 8752 는 지구에서 약 4500 광년 정도 되는 황색 극대거성 (Yellow hypergiant) 으로 본래 드문 존재인 극대 거성에서도 더 드물게 보이는 형태의 극대 거성입니다. 황색 극대거성은 별의 마지막 진화 단계에서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동시에 막대한 물질을 주변으로 뿌리게 됩니다. 처음에 태양 질량의 20 - 50 배 수준의 극대거성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질량이 본래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합니다. 이는 마치 이보다 작은 적색 거성이 사방으로 가스를 뿌리면서 행성상 성운 처럼 변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초신성 폭발 단계 이전에 생긴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HR 8752 는 이 드문 황색 극대거성으로 이른바 yellow evolutionary void 라는 특수한 단계를 지나는 중입니다. 이 단계에서 극도로 불안정한 대기를 지닌 황색 극대거성은 주변으로 많은 가스를 잃게 됩니다. 이 극대 거성 역시 본래는 태양 질량의 25 - 40 배 수준이었던 것으로 생각되나 현재는 11 배 정도 까지 질량이 줄어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과정에서 별의 표면 온도는 극적인 변화를 하게 됩니다. 과거 관측 결과를 보면 1900 년에서 1980 년까지 이 별의 표면 (혹은 대기) 온도는 5000K 정도를 꾸준히 유지했으나 외부 대기가 급격히 불안정해 지면서 1985 년에서 2000 년 사이 8000K 로 상승하는 모습이 관측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별의 지름은 태양의 750 배에서 400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별은 변광성 단계로 Luminous Blue Variables 라고 부르는 단계입니다. 그 밝기는 태양의 20 만배에서 40 만배 수준입니다.
( 황색 극대거성 HR 8752 의 관측 결과와 변화 모습을 상상도로 나타낸 것. A team of scientists including Dr. Alex Lobel of the ROB, reported they have finalized a thirty years long investigation of a hypergiant star. In that period the surface temperature of this gigantic and extremely bright star quickly rose from five to eight thousand degrees. With this discovery a crucial 'missing link' in the evolution of hypergiant stars has been found. (Credit: Image courtesy of Royal Observatory of Belgium))
이와 같은 황색 극대 거성은 우리 은하 전체를 통들어 몇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대표적인 사례인 Rho Cassiopeiae 나 IRAS 17163-3907 등과 더불어 HR 8752 는 거대 질량을 가진 별이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는 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초신성 폭발으로 대미를 장식하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현재로썬 알 수 없는 일이죠. 별의 일생으로 보면 역시 순식간 이라도 인류에겐 먼 미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h. Nieuwenhuijzen; c. De Jager; i. Kolka; g. Israelian; a. Lobel; e. Zsoldos; a. Maeder; g. Meynet (2012). "The hypergiant HR 8752 evolving through the yellow evolutionary void". Astronomy & Astrophysics. doi:10.1051/0004-6361/20111716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