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관리 본부에 의하면 최근에 국내에서는 첫번째로 웨스트 나일열 (West Nile Fever WNF ) 환자가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단 다행히 국내 자체 발병 케이스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 환자는 올해 1-6 월 사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토착 지역인 아프리카 기니에서 지냈으며 6월 중순에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6월말 국내로 귀국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환자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증상으로 치료 받다가 보고되어 보건 당국이 이를 확인, 첫번째 케이스로 보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웨스트 나일열은 아프리카, 유럽, 서남 아시아,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처음에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처음 발견된 것은 1937 년으로 아주 오래전 부터 알려진 질환은 아니지만 사실 바이러스 자체는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유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39 년 행해진 혈청학적 역학 조사에서는 1.4% (콩고) 에서 46.4% (화이트 나일 지역, 수단) 까지 아주 다양하게 웨스트 나일열을 일으키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West Nile Virus) 에 대한 항체가 보고되었는데 이 말은 이 지역에서 이전에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상당히 많은 인구가 감염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본래 구대륙에서만 보고되던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역시 다른 감염 질환들과 비슷하게 세계화와 더불어 신대륙으로 전파되어 1999 년 부터는 미국에서도 발견되었고 이제는 아예 미국의 토착 바이러스 질환이 되었습니다.
웨스트 나일열의 원인이 되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West Nile Virus WNV) 는 플라비바이러스과 (Flaviviridae) 에 속하는 (+) ssRNA 바이러스로 웨스트 나일열로 알려진 발열과 인플루엔자 같은 증상을 비롯 각종 바이러스성 뇌염과 뇌수막염, 신경계 질환을 만드는 바이러스입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Original uploader was PhD Dre at en.wikipedia. Later version(s) were uploaded by Beao at en.wikipedia CC-BY-SA-3.0,2.5,2.0,1.0 )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시 가장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은 인플루엔자와 비슷한 발열, 오한, 식은땀, 두통, 피로감, 림프절 종대 등이며 위장관 증상도 같이 동반되어 구역, 구토, 설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에는 피부에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미한 증상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모기에 물린 후 20 % 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실 다행히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다른 플라비바이러스과에 속하는 일본 뇌염 바이러스 처럼 대부분의 감염자에서 불현성 감염 (inapparent infection 증상이 없이 지나가는 감염) 을 나타내게 됩니다. 하지만 1 % 미만 (대개 150 명 가운데 1 명 수준) 정도에서는 심각한 중추신경계 감염 질환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경우 고열, 심한 두통, 근육 약화, 시력 상실, 마비, 발작, 손떨림, 의식 저하, 경부 경직 (neck stiffness) 등 뇌수막염 증상이 동반됩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심한 중추신경계 감염을 West Nile Neuroinvasive Disease (WNND) 이라고 부르며 여기에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뇌염 (West Nile Virus encephalitis), 웨스트 나일 수막염 (West Nile meningitis), 웨스트 나일 회백수염 (West Nile poliomyelitis) 등이 존재합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 특히 고령일 수록 예후가 좋지 않은데 심각한 중추 신경계 감염을 동반하는 1% 미만 환자에서 50세 이상, 특히 75 세 이상 환자에서 사망율이 높습니다. 대략적인 사망율은 뇌수막염, 뇌염을 일으킨 환자의 3-15%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단에 가장 좋은 방법은 뇌척수액을 얻은 후 여기서 IgM 항체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FDA 의 공인을 받은 WNV IgM ELISA kit 를 사용해서 빠르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일단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가능성을 병력과 여행력등을 통해 먼저 의심해야 이런 검사를 할 수 있겠죠.
불행히 현재까지 다른 플라비바이러스 질환인 뎅귀열이나 일본 뇌염 처럼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자체를 없앨 수 있는 치료는 없습니다. 따라서 심각한 케이스의 경우 최대한 보전적 치료를 하면서 마비 및 뇌수막염등으로 인한 합병증을 치료해주고 저절로 회복되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물론 만족스런 치료는 아니지만 실제 뇌수막염 환자가 뇌수막염 자체보다도 오히려 심부정맥혈전증 (DVT : Deep Vein Thrombosis), 폐렴, 욕창 등의 합병증으로 죽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치료해 주면 호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신경학적 합병증이 남을 수는 있습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또 한가지 불행한 점은 바로 현재까지 이에 대한 백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일본 뇌염보다 더 골치아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는 점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가장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다른 플라비바이러스인 일본 뇌염 감염처럼 모기가 매개해서 전파되는 질환인데, Aedes, Culex, Anopheles 속에 속하는 동물의 피를 흡혈하는 흔한 모기들이 전파가 가능한 것이 문제가 됩니다. 이들 속에 속하는 모기는 사실 우리나라에도 흔합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자연계에서 주된 표적으로 삼는 숙주는 사실 사람이나 포유류가 아닌 조류입니다. 사람과 다른 포유류 (심지어는 악어까지 ) 에 생기는 감염은 우연 감염이지만 그래도 증폭 숙주가 되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을 더 전파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전파 사이클, 사람과 다른 동물들은 사실 우연 감염이고 주로 조류가 주된 숙주임. Source : CDC )
일단 어떻게든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그 지역으로 전파되면 (구체적인 전파 경로는 아직도 100% 확실치 않음) 꽤 빠르게 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미국입니다. 1999 년 뉴욕시에서 처음 발견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바이러스는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없었던 질환인데 어디서 들어왔는지는 지금도 확실치 않음)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개, 고양이, 말에서까지 뇌수막염을 일으키더니 이후 미국의 새로운 풍토병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2012 년 미국내에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발생 지역. Reported cases of West Nile virus infection in the continental United States as of August 28, 2012. Source : CDC )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분포 지역 Source CDC )
1999 년 미국에서의 첫 보고 이후 2002 년에는 미국에서 4156 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284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는 등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2002 - 2003 년 미국에서 기승을 부리다가 이후로 약간 주춤했으나 다시 2012 년에는 활발하게 환자를 늘려 2012 년 1월 1일 부터 2012 년 10월 16일까지만 4531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올해들어 사망자수만 183 명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따라서 국내 첫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환자 보고가 다행히 한국 이외의 지역에서 발병 사례이긴 해도 보건 당국이 긴장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현재까지 다행히 한국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청정 지역이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건데 곧 전파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고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는 국내에도 존재하거든요.
현재까지는 모기에 대한 방역 대책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예방의 핵심을 이루지만 현재 개발 중인 신약과 백신이 효과가 있다면 앞으로 이에 대한 대비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때까지 한국에서는 유행하지 않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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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inman, A.; Banet-Noach, C.; Tal, S.; Levi, O.; Simanov, L.; Perk, S.; Malkinson, M.; Shpigel, N. (2003). "West Nile Virus Infection in Crocodiles".Emerging Infectious Diseases 9 (7): 887–889. doi:10.3201/eid0907.020816.PMC 3023443. PMID 1289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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