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121 - 동반성을 잡아먹는 펄서




 최근 새롭게 그 존재가 규명된 펄서 PSR J1311-3430 은 매우 흥미로운 특징 때문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펄서 (pulsar) 란 이전 중성자별에 대한 설명을 할 때 언급했듯이 중성자별 같은 아주 큰 질량이 작은 크기에 모인 천체가 고속으로 자전하면서 주변으로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에너지 방출은 우리가 관측할 때는 아주 정확하게 일초에 수회에서 수백번 깜빡이듯이 진행되는데 그 원리는 앞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32073962 )


 대부분의 펄서들은 비교적 지구 대기를 쉽게 뚫고 들어오는 라디오 파 (Radio Wave, 1 mm 에서 100 km 수준의 파장을 지니고 있고 3 KHz 에서 300 GHz 까지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전자기파) 를 통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펄서들이 이 파장대의 전자기파만 방출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가시광은 물론, X 선이나 감마선등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발견된 PSR J1311 - 3430 은 최초로 감마선 영역에서 발견된 펄서입니다. 이 펄서는 본래 나사의 콤프턴 감마선 관측 위성 (Compton Gamma Ray Observatory Satellite) 에 탑재된   Energetic Gamma Ray Experiment Telescope (EGRET) 에 의해 켄타우로스 자리 (Centaurus) 방향의 정체 불명의 감마선 방출원으로 알려졌습니다. 1994 년 최초 관측 이후 보다 강력한 감마선 관측 위성인 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Fermi Gamma Ray Telescope) 에 의해 좀 더 자세한 관측이 이루어졌지만 이것의 정체가 정확히 펄서인지 규명되는 데는 좀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독일 하노버의 막스 플랑크 중력 물리학 연구소 (Max Planck Institute for Gravitational Physics (Albert Einstein Institute/AEI) ) 의 과학자들은 막스 플랑크 전파 천문학 연구소 (Max Planck Institute for Radio Astronomy ) 의 과학자들은 협동으로 이 감마선 방출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이것이 2.5 ms 의 주기를 가진 밀리세컨드 펄서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초당 대략 390 회) 밀리세컨드 감마선 펄서 (Gamma Ray Pulsar) 는 처음 규명되는 것입니다.  


 강력한 감마선에 노출되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순식간에 사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죽음의 광선을 쏘는 펄서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것 이외에 다른 특징으로 인해 이 펄서는 블랙 위도우 펄서 (Black Widow pulsar, 블랙 위도우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거미의 일종) 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PSR J1311 - 3430 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질량이 매우 작은 동반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동반성까지의 거리는 태양의 반지름 보다 작습니다. 즉 이 펄서와 동반성이 공전 궤도가 태양의 안쪽에 들어갈 수 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동반성은 그 크기가 매우 작은 반면 펄서는 상대적으로 질량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 동반성은 주로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략 질량이 목성의 8 배 정도 인 것 같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대부분의 물질을 중성자별인 PSR J1311 - 3430 에 빼앗겼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즉 동반성을 먹으면서 커지는 중성자 별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은 너무 가까이에서 공전하고 있어 그 거리가 지구 - 달 간 거리의 1.4 배에 불과합니다. 이보다 놀라운 사실은 공전 주기가 93 분 밖에 되지 않는 다는 것이죠. 이것은 쌍성계를 이루는 펄서 가운데서도 가장 짧은 축에 속합니다. 동반성의 공전 속도는 시속 280 만 km 에 이릅니다. 아마 미래에는 동반성이 펄서에 먹혀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까지 동반성은 아주 고속으로 펄서 주변을 공전할 것입니다.



PSR J1311 - 3430 와 그 작은 동반성. 공전 궤도와 태양과의 크기 비교를 위해 배경의 구체는 태양임.The unusual PSR J1311-3430 pulsar system with the first millisecond pulsar discovered solely by its lighthouse-like gamma-ray emissions (magenta). The record-breaking pulsar system is so compact that it would fit completely inside our Sun. This schematic representation shows the Sun, the companion's orbit, and the companion at its maximum possible size true to scale; the pulsar has been greatly enlarged in contrast. (Credit: SDO/AIA (sun), AEI) )  


 이것외에 또다른 중요한 특징은 이 중성자별의 질량이 기존의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 후보였던 PSR J1614–2230 (  http://blog.naver.com/jjy0501/100119136240 참조) 보다 더 무거운 태양의 2.15 배 라는 사실입니다. 이 정도 질량 중성자별은 드물다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태양 질량의 수십배에 달하던 항성이 최후에 이 중성자별을 남겼고 이후 다시 동반성에서 물질을 흡수해 더 커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렇게 동반성에서 빠져나온 가스들은 중성자별 주변을 가리게 되며 이것이 이 중성자별이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라디오 파 영역에서 잘 관측되지 않는 이유로 생각됩니다. 즉 라디오파의 상당 부분이 가스로 인해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다만 향후 추가적인 관측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 만으로도 이 중성자별은 정말 별난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향후 연구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모습은 물론 다른 감마선 펄서들에 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연구 내용은 Science 에 기재되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H. J. Pletsch et al. Binary Millisecond Pulsar Discovery via Gamma-Ray PulsationsScience, 2012 DOI:10.1126/science.1229054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