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화석 기록은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상당히 제한적인 정보를 줄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개 생물의 행동이나 번식, 사냥등의 기록이 화석으로 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존재하는 생물들과의 상호 비교를 통해 과거 생물들이 어떻게 살았고 어떤 생태학적 지위를 누렸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살아있을 때 무엇을 했는지 그대로 생생하게 기록이 남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긴 하지만 가끔씩 스냅샷 (Snapshot) 처럼 자연이 기록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레곤 주립 대학 (Oregon State University) 의 조지 포이너 교수 (prof. George Poinar) 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미안먀의 후캉 계곡 ( Hukawng Valley ) 에서 9700 만년에서 1억 1000 만년전의 백악기 초기 지층을 발견했는데 여기서 놀라울 만큼 잘 보존된 거미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석은 호박속에 갇힌 화석으로 나무의 끈적끈적한 수지에 갇힌 후 호박이 되어 1 억년의 세월을 견딘 것입니다.
이 화석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이 거미가 먹이를 잡는 장면이 먹이와 함께 보전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1억년전의 생생한 모습을 포착한 스냅샷과 같다고 연구진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거미의 먹이가 된 불행한 곤충은 바로 고대의 말벌인데 이 말벌은 거미 그물에 걸린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과 그둘을 동시에 덮치는 나무의 끈적끈적한 수지의 흐름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이 말벌이 공포를 느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꽤 마지막 순간에 복잡한 감정에 휘말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을 덮친 거미 역시 무사하지 못하겠지만 대신 자신 역시 살아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이죠. 먹이에 집중한 거미는 끈적끈적한 수지에 갇히는 순간에서야 최후를 알았을 것입니다.
(1억년 고대 거미가 먹이를 잡는 화석. 호박속에 생생하게 보전됨 Credit: Photo courtesy of Oregon State University )
이 화석이 의미를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잡는 모습이 화석으로 남은 아주 드문 케이스 이기 대문입니다. 과학자들은 거미의 조상이 아마도 2억년전에는 출현했고 거미줄이 등장한 것은 1억 3000 만년 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 거미줄에 걸린 먹이를 포착하는 1 억년전의 거미의 화석을 발견하게 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스냅샷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완벽한 보전상태를 보여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Journal Reference:
- George Poinar, Ron Buckley. Predatory behaviour of the social orb-weaver spider, Geratonephila burmanica n. gen., n. sp. (Araneae: Nephilidae) with its wasp prey, Cascoscelio incassus n. gen., n. sp. (Hymenoptera: Platygastridae) in Early Cretaceous Burmese amber.Historical Biology, 2011; DOI:10.1080/08912963.2011.640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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