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에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이하 아청법) 에 의한 아동 청소년 음란물 단속과 관련해서 포스트들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참고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3679477 ) 당시에 언급하기로 본래 아동 음란물은 소지만 해도 불법이며 2000 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바 있습니다.
아청법의 문제는 사실 이것이 아니라 법률상에는 처벌 규정이 존재하지만 최근까지 처벌을 받은 사례가 별로 없었다는 것입니다. (즉 단속이 안 이루어짐) 그런데 지난 2011 년 8월 23일에 아청법 일부 개정안 (법률 제 11047 호) 가 국회에서 통과되고 9월 15일에 대통령이 서명한 후 6개월이 지난 2012 년 3월 15일 부터 시행된 아청법 개정안에 새로운 조항이 나중에 논란이 됩니다. (사실 이 법이 통과될 무렵엔 아무도 신경도 안쓰던 문제였는데 단속을 한다고 하니 논란이 된 부분입니다. )
그 조항이란 제5호 중 “아동ㆍ청소년이”를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으로 변경된 것인데 개정 전에는 전혀 애매한 부분이 없던 법률이 개정후에는 상당한 유추에 의한 처벌이 가능한 법으로 변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의 범위는 생각하기에 따라 아주 커질 수 있으니 말이죠.
몇년전 아동 성범죄로 세간이 떠들석해진 이후 만들어진 이 개정안은 사실 여러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며 (예 : http://blog.naver.com/nicekorea08/10107046566 윤석용외 15인) 그 내용들을 모아 이런 개정안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만 했고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다가 다시 성범죄 뉴스로 세간이 떠들석해진 후 갑자기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 아동 청소년 음란물 단속에 나서게 되면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앞서 포스트에서 사실 아동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에 대해서 소지만 해도 처벌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이야기 한바 있습니다. 그 근거는 공급은 물론 수요까지 차단하므로써 아동 음란물의 제작 자체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 세 여아가 자신의 의사로 음란물을 찍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음란물이라면 당연히 그 제작자를 처벌하는 게 정당하며 이를 구매하거나 소지만 해도 벌금형으로 다스리는 건 법리상 타당합니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보호라는 법률의 취지에 부합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것을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고 하면 과연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모호해 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판소리 춘향전에도 성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이몽룡이나 성춘향이나 모두 미성년자입니다. 그러면 이를 공연하거나 그 공연물을 소지하는 것은 불법일까요 아닐까요. 아청법 개정 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개정후에는 문제를 삼고자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음란물' 이라는 기준도 애매해 질 수 있습니다. '나는 음란물이다' 라고 꼬리표를 달고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영화 '은교' 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이게 아청법 위반인지 아닌지 지금은 그냥 판례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래도 음란물 단속인데 너무 과민반응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어디까지가 음란물이고 아청법 위반의 범주인지 알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
언론보도가 100% 사실은 아니지만 이 사건의 해당 당사자 (이른바 R-15 사건) 라고 주장하는 분이 본인이 업로드 한 것 때문에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했다고 했으며 기소유예로 끝나지 않고 정식으로 재판을 할 경우 헌법소원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위 여부는 지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이 내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업로드가 다운로드로 말이 바뀌는 양상입니다.
해당 작품을 직접보지는 못했지만 이름처럼 일본에서는 15 세 이상 관람가로 공중파 방영된 작품입니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R-15_%28novel_series%29 ) 이 이야기는 적어도 직접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혹은 성기 묘사등 심한 노출 내용은 없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아무리 성에 개방적인 일본이라도 15 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다른 애니들을 기준으로 보면 그 말은 사실일 것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가 진짜이든 아니든 자꾸 확산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 법안이 애매모호하고 유추에 의한 처벌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경찰에서 성인이라도 교복 입으면 입건, 애니도 처벌 대상... 이런 식으로 밝힌바 있기 때문에 진실과 추측이 섞여서 문제가 자꾸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진짜 본론입니다. 아청법의 목적이 교복입은 배우가 나오는 음란물 단속이나 혹은 성행위나 심한 노출이 없더라도 미성년자가 나오는 애니 단속일까요 ?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후자는 음란물인지조차 의문시 될 수 밖에 없겠죠. 15 세 등급이 음란물이 되면 (사실 19세 이상 등급이라도 이것과 음란물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 음란물의 범위는 엄청나게 커질 수 밖에 없으니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할 수 밖에 없고 계속 추측과 진실이 뒤섞여 괴담이 됩니다.
어떤 법이 사회의 평범한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삼는다면 악법이 됩니다. 미국에 역사에 재앙을 안긴 금주법은 그래서 악법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 금주법 조차도 유추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기소한 적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알콜이 들어 있지는 않지만 주스를 마시면 음주를 연상시킨다고 기소하진 않았다는 것이죠. 지금 되가는 상황은 딱 그런 표현이 어울립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 법률에 그런 광범위한 유추를 통한 처벌이 합법이 되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저는 처음에 실제 아동이 나오는 음란물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매우 심한 소아성애를 표현한 작품들은 단속의 대상으로 삼아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상식에 맞는 일입니다. 법이라는 건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옳은 일과 그른 일을 구별했을 때 어느 정도 부합되는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즉 누가 봐도 이건 처벌 대상... 인 부분을 처벌해야 실제 단속도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법 집행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법의 본래 목적인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부합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나 심지어 이를 바탕으로 쓴 언론 보도는 100%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실제 법률에 그런 확대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찰이나 검찰의 발표는 여기에 더 기름을 붇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개정안을 제안한 것은 아마도 성범죄가 떠들석 할 때 깊이 생각하지 않고 건수를 올리기 위해서 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한술 더해서 아예 단순 소지자도 1 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을 올리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 음란물의 기준자체가 극도로 애매한 시점에서 이는 국민적 반발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진짜 아동 음란물 단속마저 무력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참고 : http://pal.assembly.go.kr/law/endReadView.do?lgsltpaId=PRC_N1B2Q0G9R0F7C1J1I2N5J0H1I1D5M6 (최민희 의원 등 15 인) )
검경이야 단속 실적을 아주 손쉽게 올릴 수 있으니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유죄로 확정되는 경우 당사자는 아청법에 의해 매우 심한 차별을 받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제44조(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에의 취업제한 등) ①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이하 "성범죄"라 한다)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는 그 형 또는 치료감호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가정을 방문하여 아동·청소년에게 직접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에 따른 시설 또는 기관(이하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이라 한다)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다. 다만, 제11호의 경우에는 경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제13호의 경우에는 「의료법」 제2조의 의료인에 한한다. <개정 2010.4.15, 2011.6.7, 2011.8.4, 2011.9.15, 2012.2.1>
1. 「유아교육법」 제2조제2호의 유치원
2.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학교
3.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의 학원, 같은 조 제2호의 교습소 및 같은 조 제3호의 개인과외교습자(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 교습소 및 개인과외교습자만을 말한다)
4. 삭제 <2012.2.1>
5. 「청소년 보호법」 제35조의 청소년 보호·재활센터
6. 「청소년활동진흥법」 제2조제2호의 청소년활동시설
7. 「청소년복지 지원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같은 법 제31조제1호에 따른 청소년쉼터
8. 「영유아보육법」 제2조제3호의 어린이집
9. 「아동복지법」 제3조제10호의 아동복지시설
10.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제1항제2호의 청소년 지원시설과 같은 법 제10조의 성매매피해상담소
11. 「주택법」 제2조제2호의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
12.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체육시설 중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시설
13. 「의료법」 제3조의 의료기관
② 제1항 각 호(제11호 및 제13호는 제외한다)의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의 설치 또는 설립인가·신고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을 운영하려는 자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를 받아 관계 기관의 장에게 성범죄의 경력 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계 기관의 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 <신설 2010.4.15, 2012.2.1>
③ 아동·청소년 관련 교육기관 등의 장은 그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 중인 자 또는 취업하려 하거나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려는 자에 대하여 성범죄의 경력을 확인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 관계 기관의 장에게 성범죄의 경력 조회를 요청하여야 한다. <개정 2010.4.15>
④ 제2항 및 제3항에 따른 성범죄경력 조회의 요청 절차·범위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0.4.15>
(국가 법령 정보 센터. )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운나쁘게 걸리면 그야말로 직업 선택에도 큰 제한이 걸리고 전과가 남게 되는 등 엄청난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공정한 법집행이라고 도저히 생각하기 힘든 경우이며 아무 생각없이 아동 성범죄를 예방한다고 간단히 조항을 집어넣고 입법을 해서는 안되는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거듭 강조했듯이 실제 아동 음란물이라면 문제 되지 않습니다. 실제 아동이나 미성년자가 나오는 음란물을 제작했거나 분명히 소아성애를 표현한 음란물을 만들고 이를 유통해서 위의 조항에 걸린다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이게 아동 음란물 ?' 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그렇게 한다면 아청법 본래 목적과 상관없이 그냥 처벌을 위한 처벌, 실적을 위한 기소 밖에 될 수 없는 것이죠.
아청법 개정전 아동 및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이란 항목만 있었을 때는 범위가 명확해서 이런 문제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란 내용이 추가되면서 그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 애매해졌습니다. 이런 법을 시행할 때는 정확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최소한 시행령으로 정해서 애매한 부분을 없애야 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범위에서 처벌이 집중되야 진짜 아동 음란물을 퇴출할 수 있게 됩니다. 아무 기준도 없이 유추나 추정에 의한 기소는 과연 한국이 법치 국가인가하는 의문만을 낳게 할 것입니다. 더 이상 혼란이 확산되기 전에 입법 및 사법부의 현명한 후속조치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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