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앞두고 47% 발언 (미국인의 47% 가 세금도 내지 않는다면서 저소득층을 비하한 내용) 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중산층 보다 낮아 보이는 세금 (1370만 달러 수입중 14.1% 세율) 으로 인해 다소 궁지에 몰렸던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회를 계기로 지지율을 다시 끌어 올려 과연 역전의 시나리오가 가능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11월 6일 치뤄질 대선을 앞두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미국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의 시선이 여기에 쏠리고 있습니다.
일단 TV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롬니의 지지율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낮았는데다 47% 발언으로 궁지에 몰리는 듯 했지만 2 차례의 TV 토론회가 끝난시점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절묘하게도 거의 47% 선에서 오락가락 하는 양상입니다.
이번 선거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물어 뜯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느낌인데 양 후보가 모두 약점이 적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어느 쪽이 더 우위가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단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 후보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지난 4 년간의 정책과 업적이 쟁점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4 년간은 오일쇼크 이후 최대 경제적 위기로 봐도 무방할 2008 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회복이 충분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2012 년 다시 심화된 유럽 재정 위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핸디캡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이 위기의 시작이 물론 오바마 대통령 때문이 아니지만 (아마 단 한명이 이 문제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가장 책임이 큰 사람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아닐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현 대통령이 오바마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었다고 해야겠죠.
물론 9월 실업률 통계가 처음으로 8% 아래로 내려가는 등 호재도 있었지만 (사실 실업률이 8% 가 넘는데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미국인 3명 중 1 명이 실업자라던 시절 루스벨트 대통령 뿐) 아직도 여전히 1000 만명의 미국인이 직장이 없는 상황이고 새로 잡은 직장의 질도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많은 미국인들이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2008 년 처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도 크게 호전되었다고 느끼기엔 부족하다는 것이죠.
한가지 다행한 점이 있다면 올해초 아주 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등락을 거듭하긴 하지만 선거 직전에는 경기 침체의 우려로 다소 하락하는 양상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10월 22일자 WTI 88.73 달러/배럴) 사실 유가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 현직 대통령에는 아주 불리한 선거가 될 수 밖에 없는게 미국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지난 2012 년 8월 31일 미국의 국가 부채가 16 조 달러를 넘어서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6506676 참고) 대통령에게는 꽤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소 불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CEO 출신으로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는 롬니에게 유리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은 의료 보험 개혁인데 이 부분 역시 환영하는 측과 더불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100% 도움만 된다고 말하긴 힘들 것입니다.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트 참조 http://blog.naver.com/jjy0501/100161116852 )
하지만 그러면 롬니에게는 약점이 없는 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롬니 후보는 1984 년에서 2002 년사이 베인 캐피탈의 CEO (이면서 공동 창업자) 로 일했고 1991 - 1992 년 사이 베인 앤 컴퍼니에서 CEO 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또 2002 년 동계 올림픽 조직 위원회 CEO 이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 롬니가 했던 구조 조정이나 아웃 소싱이 오히려 '일자리 만들 대통령' 이라는 이미지에 흡짐을 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이미 언급한 대로 47% 발언 같은 말 실수로 인해서 더 이미지가 나빠졌습니다.
(유세 중인 밋 롬니 CCL 에 따라 복사 허용 저자 표시 저자 James Currie from Norfolk, USA Taken at the Mitt Romney rally in Norfolk, VA. 08/11/12 )
따라서 롬니 후보에게는 TV 토론회가 역전의 기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준비를 잘한 덕분인제 1 차 토론회는 롬니 후보의 완승이었다는 평가가 나왔고 2차 토론회 역시 아주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분위기에서 난전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롬니가 오바마의 경제 정책이나 의보 개혁의 문제점을 공격하는 건 쉽겠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롬니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크루그먼 교수가 비꼬았듯이 마법에 의존하는 것이 그의 진짜 계획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세 외에 롬니가 과연 무슨 대책으로 미국경제를 회생시키고 실업률을 줄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진짜 감세가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지난 2000 년대 들어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거치면서 미국경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선을 본다면 오늘날 미국 역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유권자들의 지지도 공화 민주 양당으로 거의 반반으로 갈리는 양상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쪽 정당이 확실히 못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이상 (예를 들어 2008 년 당시에는 금융 위기로 공화당 정권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 박빙의 승부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하겠습니다.
아무튼 대선 직전 상당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로써는 롬니에게도 역전의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보름 후 진짜 그가 웃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물론 이 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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