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케팔로사우루스 (Pachycephalosaurus) 는 흔히 대머리 공룡으로도 알려졌으며 동시에 박치기를 하는 공룡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과에 속하는 공룡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공룡은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와이오밍제네시스 (Pachycephalosaurus Wyomingenesis) 로 최대 4.5 미터까지 자랐으며 몸무게는 450 kg 까지 나갔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키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이보다 약간 작은 정도였을 것입니다. 공룡 중에서는 중소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죠.
이 공룡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엄청나게 두꺼운 두개골입니다. 두개골의 가장 두꺼운 부분은 무려 25 cm 에 달하기 때문에 오히려 두개골이 보호하는 뇌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 복원된 모습은 당장에라도 박치기를 할 듯 한 모양세입니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두개골 캐스트, Credit : user Ballista from the English wikipedia. )
(서로 박치기를 하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 Credit : University of Wisconsin-Oshkosh/Ryan Steiskal )
체격에 비해 너무 크고 두꺼운 두개골에 대한 그럴 듯 한 설명은 역시 포식자나 혹은 암컷을 둘러싼 번식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였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를 다룬 대중적인 책자, 영상물이나 설명에는 이것이 의심할 바 없는 사실처럼 적혀 있고 위의 그림처럼 서로 박치기를 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진짜 박치기를 했을지에 대해서는 꽤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동물의 행동은 화석으로 남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대신 화석을 자세히 연구하므로써 이 동물이 실제 박치기를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동물들이 서로 짝짓기나 혹은 영역과 지위 싸움으로 서로 박치기를 했다는 것을 지지할 만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파키케팔로사우루스의 두개골 화석에서는 살아있는 동안 박치기를 열심히 했다면 생겼을 것으로 생각되는 흉터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또 이 과에 속하는 동물들은 목 부분이 U 자나 혹은 S 자 모양으로 몸통과 연결되어 있어 만약 삽화처럼 서로간에 박치기를 했을 경우 과연 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을지 매우 의심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두개골은 견딘다고 쳐도 목뼈에 심각한 손상이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토대로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사실은 박치기를 하기에는 골격 구조가 적합하지 않고 더 나아가 증거도 없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1) 많은 고생물학자들이 최소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서로 머리로 박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 만약 그랬다면 모두 큰 부상을 입었을 것으로 - 생각했습니다.
2012 년, 새로운 연구에서 Joseph E. Peterson 등은 2001 년 발견된 새로운 Pachycephalosaurus Wyomingenesis 의 표본을 CT 스캔을 이용해서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 공룡의 두개골에는 뭔가 손상을 받았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실제 이 공룡이 박치기를 하는 등 머리를 좀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데 사용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
다만 이것이 이 공룡이 서로 박치기를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이유 때문에도 두개골 손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이들이 머리 대 머리로 박치기를 하진 않았더라도 옆구리를 들이 받는 방식이나 혹은 상대를 위협할 목적으로 머리를 사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두꺼운 두개골을 유지하는데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두개골을 진화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삽화처럼 450 kg 짜리 공룡이 두께 25 cm 의 두개골로 서로 엄청난 속도로 박치기를 하게 되면 다른 충격을 흡수할 메카니즘이 없는 이상 (어쩌면 그런 메카니즘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모를 수도 있음) 두개골 및 목뼈에 심한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파키케팔로사우루스는 이 머리로 서로나 포식자를 위협하거나 아니면 암컷을 유혹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머리대 머리가 아니라 옆구리를 들이 받는 방식이나 아니면 우리가 잘 모르는 다른 방법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죠. 아니면 진짜 서로간에 목숨을 걸고 머리로 박치기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짝짓기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은 화석화되지 않기 때문에 추정으로 밖에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새로운 증거는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진짜 박치기를 했을 가능성도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
참고
(1) Goodwin, Mark; and Horner, John R. (2004). "Cranial histology of pachycephalosaurs (Ornithischia: Marginocephalia) reveals transitory structures inconsistent with head-butting behavior". Paleobiology 30 (2): 253–267. doi:10.1666/0094-8373(2004)030<0253:CHOPOM>2.0.CO;2
(2) Peterson, J. E.; Vittore, C. P. (2012). Farke, Andrew A. ed. "Cranial Pathologies in a Specimen of Pachycephalosaurus". PLoS ONE 7 (4): e36227. doi:10.1371/journal.pone.0036227. PMC 3340332. PMID 22558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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