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고 깊숙이 들어가면 온도가 점점 상승하게 됩니다. 이른바 지열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지열은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분포가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땅속에도 뜨거운 지역과 차가운 지역이 나뉜다는 것이죠. 물론 대체로 깊이 들어갈수록 맨틀에 가까워지니 뜨거워지는 것은 같지만, 이 열이 쉽게 추출할 수 있는 위치인지 아닌지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열을 이용해서 난방이나 혹은 전력 생산에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오래되었습니다. 지각에 열에너지의 형태로 상당한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역시 역사가 오래되죠. 하지만 현재 지열 에너지는 널리 사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는 추출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것 이외에도 환경 문제와 열을 빼내기 쉽지 않다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열 에너지는 다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호주의 연구자들은 사실 호주의 가장 지하 에너지 자원이 석탄, 가스, 석유가 아니라 바로 지열 에너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열의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석유와 가스를 탐사하고 시추하는 과정에서 알려졌습니다. 이런 화석 연료 자원을 찾으려고 땅에 구멍을 뚫어보니 사실 지열이 더 큰 에너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호주 지열 에너지 협회(Australian Geothermal Energy Association)가 공개한 지열 분포 지도에 의하면 호주 대륙에서 5km 이내에 지각에 담겨진 열은 이 국가가 26,0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육지에서 열을 꺼내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호주 대륙의 지열 분포. Temperature readings taken in existing oil and gas bore holes indicate a huge amount of geothermal energy below the surface of Australia.
(Credit: Australian Geothermal Energy Association) )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과연 땅속 깊이 있는 열에너지를 어떻게 꺼낼 것인지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온천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뜨거운 지점에 물을 넣고 뜨거워진 물을 꺼내는 것이죠. 하지만 땅속 깊이 파이프를 넣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을 수반합니다. 그리고 한 지역에서 열을 꺼내고 다면 다른 장소로 쉽게 이동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장 경제성이 있는 방법은 아주 뜨거운 지열을 가진 지역을 선별적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지역들은 대개 물이 통과할 수 없는 단단한 지반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수압 파쇄법 같은 방식을 이용해서 균열을 만드는 것은 에너지를 추출하기에는 좋은 방식이나 지하수 오염과 지진 같은 다른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지진 문제는 셰일 가스 추출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이런 거대한 에너지원이 있지만, 현재 호주의 주요 산업은 화석 연료 특히 석탄이기 때문에 - 그리고 아직 화석 연료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 현재 호주 정부는 지열 에너지 개발에 별로 노력을 집중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는 이 국가가 이미 엄청나게 더울 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놀라운 일이지만 경제적인 문제를 항상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미래를 쉽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호주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온실 가스를 감축하고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호주를 사람이 살만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중요할 것입니다.
아무튼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로써는 화석 연료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저렇게 풍부하다는 것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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