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랩처를 현실로? 바다위 부유식 도시 건설한다.



 제가 해본 가장 뛰어난 게임 가운데 바이오쇼크(Bioshock)가 있습니다. 바닷속 도시인 랩처를 배경으로 탁월한 상상력을 보여준 게임이었죠. 게임 자체의 스토리나 구성도 매우 흥미롭지만, 상상력을 크게 자극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게임의 무대인 해저 도시입니다. 대자본가인 앤드류 라이언이 만든 이 바다 도시는 다른 국가의 지배에서 벗어난 독립적인 국가나 다름없죠. 그런데 바다 밑은 아니지만, 바다 위에 이런 식의 독립 도시를 세우려는 시도가 진행 중입니다.

 이런 무모해 보이는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은 페이팔의 공동 창립자 가운데 하나인 피터 틸(Peter Thiel)로  그가 설립한 씨스티딩(Seasteading Institute)은 2020년대에 바다 위에 부유식 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계획은 허무맹랑하게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피터 틸은 페이팔 설립 이후 다른 투자회사를 통해서 꽤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Seasteading Institute)

(동영상)


 컨셉을 보면 대충 어떤 구상인지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략 50x50m 정도의 크기에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을 이용하면 배처럼 물에 뜰 수 있습니다. 내부가 빈공간이면 부력에 의해 뜰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지하층을 만든 후 위에는 3층 정도 빌딩을 짓거나 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계획은 2020년까지 11개의 모듈을 바다위에 띄워서 225-230 가구의 주택과 기반시설을 물 위에 건설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총 1억 6700만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하느냐는 질문을 빼고 생각하면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돈만 있으면 못할 건 없는 계획입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왜 하려고 하는지입니다. 

 일단 이 도시를 추진하는 측은 이 부유식 도시가 기아와 가난을 없애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원 위에 건설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국가의 영해와도 마주치지 않은 공해상(公海上, International water)에 건설되므로써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만약 이 해상 국가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면 블록을 해제한 이후 다른 블록을 건설하는 놀라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동영상. 연설자는 이 바다위의 마이크로 국가가 상당한 정치적 자율성(substantial political autonomy)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음) 


 이 부분은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과연 이런식으로 '독립' 한 부유물들을 국가나 그에 준하는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소속 국적이 없는 배가 있으면 그게 독립 국가일까요? 지금까지 진지하게 논의된 바는 없겠지만, 우리의 직관은 그렇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 사족은 이미 이런 계획을 실천에 옮긴 선구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Women on Waves (WoW)라는 민간 기구는 1999년 설립되어 어느 나라 영해도 아닌 공해상에 배를 띄우고 낙태가 금지된 국가의 여성들에게 낙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당연히 이는 큰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도시는 그 자체로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하지만 주권 국가(?)임을 선포하고 세금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경제 특구를 설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고 싶어할 지 모릅니다. 아니면 특정 국가에서 금지하는 것 - 마약, 도박, 그리고 성매매 등 - 을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근접한 공해상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 추진하는 측은 바다 위에 자율적인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점을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물론 기아와 가난을 없애고 환경 친화적인 삶 등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과연 콘크리트 구조물을 물에 띄워서 그게 가능한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기존의 국가와 국제 기구가 이를 자유롭게 허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를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 조약이나 법률이 등장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과연 앞으로 진짜로 이 계획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불현듯 랩처가 생각나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