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천체들을 관측하기 위해서 거대한 망원경을 사용합니다. 물론 더 큰 망원경은 더멀리 떨어진 천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더 큰 망원경을 건설하려는 노력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사실 천문학자들이 관측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렌즈는 의외로 저 멀리 우주에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예언했고 실제로 그 존재가 증명된 중력렌즈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빛의 경로가 중력에 의해서 휘어짐을 예언했습니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은 개기일식 때 실제로 태양의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진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후 많은 천문학자들이 실제 빛이 휘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빛이 휘어지는 만큼 렌즈 같은 역할도 할 수 있죠.
이 중력렌즈 현상은 오늘날 은하나 혹은 은하들이 모인 집단인 은하단에 의해서 실제로 관측됩니다. 단순히 관측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천문학자들이 수십 억 광년 떨어진 천체들을 관측할 때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중력렌즈 입니다.
최근 국제 천문학자팀은 PKS 1830-211라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해서 다른 은하를 중력렌즈로 사용했습니다. 물론 이 관측이 가능하려면 운좋게 관측하려는 천체와 지구 사이에 거대한 질량을 가진 은하나 은하단이 존재해야 하는데 운이 좋았다고 해야겠죠.
(중력 렌즈를 이용한 블랙홀 관측. Massive cosmic objects, from single stars to galaxy clusters, bend and focus the light that flows around them with their gravity, acting like giant magnifying glasses. This effect is called gravitational lensing or, when it is detected on tiny patches on the sky, microlensing. Credit: ESA/ATG medialab)
제네바 대학의 안드리 네로노프(Andrii Neronov of the University of Geneva, Switzerland)와 그의 동료들은 블랙홀에서 나오는 강력한 물질의 흐름인 제트와 주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거대 은하를 중력렌즈로 사용해 이를 관측했습니다. 지구 근처에서 이를 관측한 위성들은 나사의 스위프트 위성을 비롯 페르미, 유럽 우주국의 인테그랄 위성입니다.
거대 질량 블랙홀은 대개 은하의 중심에 위치합니다. 아무리 질량이 크다고 해도 그 크기는 은하에 비해서 매우 작아서 천문하자들는 이를 관측하는 것이 마치 달에 있는 개미 한 마리를 관측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연구팀은 운좋게 정확히 이 블랙홀 방향에 있는 '렌즈'를 확보해서 관측에 성공한 셈이죠.
(중력 렌즈를 통해서 본 블랙홀의 중심부. Looking at a distant galaxy: the radio chart (left) shows the image of the blazar PKS 1830-211 distorted by the gravitational lens effect. The detail on the right is a simulation of the micro-gravitational lens effect in the gamma ray region; direct observation of the orange ring -- it also represents images of the blazar -- is not possible due to its small size. Credit: Patnaik et al. 1994, Liege Conference on Gravitational Lenses and the Universe / Vovk)
사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천체의 작은 부분을 확대해서 본 경우는 매우 드문일입니다. 우연히 그 방향에 중력 렌즈가 있어야 하니까요. 사실 감마선 영역에서 미세 중력 렌즈(micro gravitational lens)를 이용한 상세 관측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므로써 앞으로 거대 질량 블랙홀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종종 자연은 인간에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주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와 같은 미세 중력 렌즈 효과 역시 자연이 인간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이를 관측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자연의 신비를 연구하면서 자연의 은혜를 느끼는 시간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참고
"Central engine of a gamma-ray blazar resolved through the magnifying glass of gravitational microlensing." Nature Physics (2015) DOI: 10.1038/nphys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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