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온갖 방법들이 인터넷에 난무하지만, 실제적으로 과학적으로 장기간 효과가 있다고 인정된 비만 치료 약물은 이글을 쓰는 시점에서 5종입니다. 이 중 마지막으로 FDA에서 승인된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상품명 Victoza/Saxenda)의 3상 임상 시험인 SCALE Obesity and Prediabetes 의 결과가 저널 NEJM에 발표되었습니다. 사실 작년말에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서 알려졌던 내용이 다시 논문으로 발표된 것이죠.
리라글루타이드는 long-acting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로 의학이나 약학을 전공하신 분은 명칭에서 바로 작용 기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glucagon-like peptide-1 혹은 GLP-1 이라고 알려진 이 호르몬은 인체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는 다른 오래된 당뇨 치료약과 비슷한 기전이지만 리라글루타이드 같은 GLP-1 agonist 계열 약물은 당뇨 치료에서 가장 무서운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 저혈당의 위험성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2009년 유럽 EMA, 2010년 미국 FDA에서 2형 당뇨에 대한 치료 약물로 승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인 Novo Nordisk는 이 약물의 다른 특징에 주목합니다. 즉 리라글루타이드가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사실 약물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비만의 약물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이렇게 본래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를 통해서 개발된 신약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죠.
미국 컬럼비아대학 자비에르 파이 수니어(Xavier Pi‑Sunyer)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이를 이용한 비만의 3상 임상 치료 성적(randomis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national trial)을 저널 NEJM에 발표했는데 하루 3mg의 리라글루타이드 피하 투여가 위약군에 비해서 분명한 체중 감량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가 없는 비만 환자 3731명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시험에서 56주간의 리라글루타이드 피하 주사는 평균 8%의 체중 감량을 가져왔습니다. 위약군의 경우에는 2.6%였습니다. (참고로 참가자의 평균 체중은 106kg의 고도 비만) 여기에 5% 및 10% 이상 체중 감소군 등 주요 항목에서 리라글루타이드 피하 주사는 위약군 대비 분명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물론 좀 더 장기간의 치료 성적과 부작용 검증이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리라글루타이드가 비만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시험결과가 나온 셈입니다.
현재까지 비만 치료 약물로 승인된 약물은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인 올리스타트 (orlistat (Xenical)) 를 포함해서
orlistat (Xenical, Genentech; and Alli, GlaxoSmithKline),
lorcaserin (Belviq, Eisai)
phentermine-topiramate (Qsymia, Vivus)
bupropion/naltrexone (Contrave, Takeda Pharmaceuticals)
네 가지였는데 여기에 리라글루타이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올리스타트를 제외한 다른 약물의 기전은 모두 식욕을 억제하는 것인데, 사실 기존의 3 가지 약물은 모두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이와 연관된 부작용이 있었던 반면, 리라글루타이드는 독립적으로 GLP-1 수용체에 작용해서 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리라글루타이드의 주요 부작용은 오심, 구토, 설사 등입니다.
아직까지 임상에서 부작용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만 치료 약물은 제한적입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비교적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주사로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기전을 가지면서 경구 투여가 가능한 약물의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이런 비만 치료 약물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비만 치료는 식이 요법과 운동 요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약물 치료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내과적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고도비만의 경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비만은 대개 약만 먹어서 치료되지 않는 질환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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