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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이야기 354 - 왜 외계인을 찾기 위해 투자하냐고?


 최근 러시아 억만장자인 유리 밀너(Yuri Milner)는 영국 왕립 학회에서 외계인을 찾기 위한 연구를 위해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과학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 소식을 들으면서 의구심을 품은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 급한 일도 많은데 굳이 이런 가능성이 희박한 사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할까요? 더 가치있게 돈을 쓰는 방법도 있는데 말입니다.  

 사실 외계인 찾기 프로젝트는 지난 수십 년간 막대한 연구비와 인력만 투입되고 실제로 외계인을 찾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SETI처럼 처음에는 국가 기관의 지원을 받았던 연구도 지원금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사업에 국민의 피같은 돈을 투입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사정이 이런데 도대체 왜 유리 밀너는 이 사업에 거금을 투자했고 이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이 있는 것일까요? 사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천문학 역시 다른 과학분야와 마찬가지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천문학의 경우 관측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는 물론이고 관측 기기인 망원경이 커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점차 대형 망원경이 등장하는데는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죠. 


 사실 갈릴레이 이후의 천문학에서는 항상 크기 경쟁이 있어왔습니다. 이점은 전파 망원경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파 망원경은 점점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십에서 수백m 지름의 전파 망원경으로도 만족할만한 성능을 얻을 수 없을 때, 천문학자들은 여러 개의 전파 망원경을 사용해서 하나의 큰 전파 망원경 같은 성능을 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해서 엄청난 크기의 전파 망원경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측을 하는 알마(ALMA) 같은 거대 전파 망원경 시스템도 등장했습니다. 더 나아가 아예 전 세계의 거대 전파 망원경들을 하나로 묶어 하나의 강력한 망원경처럼 사용하는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 중이죠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관측하기 위한 Event Horizon Telescope (EHT)같은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진 자원, 특히 돈은 무한할 수가 없습니다. 국가적으로 새로운 망원경에 집중해야 하거나 혹은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단순한 이유로 큰 활약을 하는 전파 망원경이 폐쇄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호주의 파크스 전파 망원경(Parkes radio telescope)이 그런 대표적 사례입니다. 호주 정부가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 Square Kilometer Array)라는 새로운 전파 망원경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파크스 전파 망원경은 2016년 폐쇄될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부로 인해 새 생명을 찾게 되었죠.


 148m의 높이에 100m 지름을 가진 유명한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Greenbank telescope, 사진 참조) 역시 2017년까지 새로운 기부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폐쇄될 운명에 처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뤘습니다.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 사진을 통해서 그 거대한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Image courtesy of NRAO/AUI )  


 세티(SETI)프로젝트에 속한 여러 전파 망원경들은 이전 기부로 앞으로 10년에 걸쳐 더 다양한 관측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서 수집된 다양한 정보들은 외계인을 찾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천문학자들에게 귀중한 관측 정보를 제공해서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과학자들이 이번 기부에 적극 환영 의사를 보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넓게 보면 천문학 발전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죠. 사실 세티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 업적을 세우고 있고 (비록 외계인은 찾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모은 자료도 상당합니다.  


 물론 이번 기부의 목적 가운데 여전히 외계인 찾기는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많은 과학자가 생명 현상이 우주에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명을 지닌 외계인을 찾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는 30억 년 이상이라고 생각되지만, 인류의 등장은 20만 년 전이며 그나마 인류가 전파를 통신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면 전파로 통신을 할 수 있는 외계인과 만날 가능성은 '0'일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기부로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할 것이고 이중에서는 자연적으로 생겼다고 보기에는 이상한 전파 신호를 찾을지도 모릅니다.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모래알 하나 찾기나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0'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죠.


 유리 밀너는 가장 가능성 있는 디지털 전파 신호에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물론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외계 문명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는 과학 발전과 인류를 위해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죠.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진짜 외계 문명을 발견하게 되면 이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느 쪽인지는 결국 시간이 밝혀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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