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전자 현미경 사진 )
달갑지는 않은 일이지만, 이 세상에는 인간의 위같은 극한적인 환경(즉 강산성)에서 살아갈 수 있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존재합니다. 본래 위산이 음식에 있는 다양한 세균을 박멸하는 역할을 하는 데 놀랍게도 이 환경에서 적응한 세균이 존재하는 것이죠.
대략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 세균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다행히 대개 큰 증상없이 평생 위에서 살아 가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봐서는 몇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의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위암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런 질환이 있는 경우 항생제를 포함한 3제 혹은 4제 병합요법을 통해 제균을 하긴 하지만, 이것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점차 헬리코박터균 역시 내성을 키워갈 뿐 아니라 다시 재감염의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는 보균자 전체를 치료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현실적으로 거의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해야하겠죠. 치료 실패로 내성을 더 키울 수도 있는데다 여러 가지 합병증과 부작용, 비용 문제가 크게 대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전부터 진행되어 왔는데, 이 박테리아가 사는 환경 자체가 면역에 대한 내성을 허용하고 있어서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현재까지 대규모 임상 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한 백신은 없었습니다.
중국의 약품검사소(NIFDC)의 밍 쳉(Ming Zeng)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H. pylori 유전자 재조합 경구 백신의 3상 임상 실험 결과를 저널 란셋에 발표했습니다. 6세에서 15세 사이 감염력이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대개 이 박테리아가 감염되는 시기가 어린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4,403명의 대상자에게 위약과 이 경구 백신을 3회 접종한 결과 1년 이내 H. pylori 감염 건수는 위약군이 2,089.6 위험인년 당 50건인데 비해 백신군은 2,073.3 위험인년 당 14건으로 나타나 백신 사용이 위험도를 71.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백신에 의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통 흔히 하는 오해는 백신을 접종하면 100%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면역이 생기면 감염자가 점차 줄어들어 전염성 질환의 경우에는 전파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거의 박멸이 되는 것이죠.
헬리코박터 감염의 경우 점차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에서는 점점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효과적인 백신을 더해 박테리아의 침투를 막을 수 있다면 감염률을 크게 감소시켜 이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되는 질환의 유병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아직 1년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바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박테리아가 매우 장기적인 만성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할 때 좀 더 오랜 추적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이 백신이 경구용이긴 하나 접종 2 시간 금식과 완충액 섭취가 필요한 점 등 아직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아무튼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된다면 장기적으로 봐서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좋은 결과가 있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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