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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7000만년전 암컷을 두고 싸운 고대 야수들



(티아라주덴스 에센트리쿠스의 복원도. Credit: Voltaire Paes)

인간 세계와는 조금 다르게 동물의 세계에서는 구애에 적극적인 쪽이 대부분 수컷입니다. 화려한 깃털이나 장식으로 암컷을 유혹하는 것은 대부분 수컷이고 싸움을 벌여서라도 이성을 쟁취하는 쪽도 대개 수컷입니다. 

 암컷의 입장인 매우 귀중한 자원인 난자 혹은 알을 제공하는 반면(특히 포유류처럼 태생인 경우에는 이걸 체내에서 오래 키우기까지 함) 수컷은 값싼 정자를 제공하는 만큼 본래부터 불공정거래이기 때문이죠. 요컨데 수컷은 값싼 정자를 최대한 많은 암컷에 제공해서 자손을 많이 남기려고 하다보니 당연히 암컷을 두고 경쟁하는 것은 자연계에서는 주로 수컷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예외가 존재하지만, 이에 따르면 수컷들이 암컷을 두고 경쟁하는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최근 브라질과 남아프리카의 국제 고생물학자 팀은 고생대 페름기 시대 발견된 고대 대형 초식 동물 역시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초식 동물이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거대한 송곳니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어 주목을 받았던 고생대 동물인 티아라주덴스 에센트리쿠스(Tiarajudens eccentricus)입니다.

  티아라주덴스 에센트리쿠스는 2억 7,000만 년 전 현재의 브라질에 살았던 수궁류(고대 포유류형 파충류)의 일종입니다. 정확히 밀하면 포유류 이외 그룹으로 포유류의 직접 조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괴수는 신생대의 야수인 검치호랑이 같은 크고 날카로운 이빨을 한 쌍 가지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나머지 이빨은 식물을 갈아 먹는 데 적합한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앙 칼를로스 시스네로스 박사(Dr Juan Carlos Cisneros)를 비롯한 연구팀은 현재의 아프리카에 살았던 티아라주덴스의 사촌인 아노모세팔루스 아프라카누스(Anomocephalus africanus)와 티아라주덴스의 화석을 비교 연구한 결과 이 커다란 이빨이 수컷끼리 암컷을 두고 경쟁을 할 때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널 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참고로 현재는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이 분리되어 있지만, 페름기에는 초대륙 곤드와나라는 하나의 육지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수궁류가 지금은 다른 대륙에서 발견되는 것이죠. 

 티아라주덴스는 22.5cm 정도의 두개골에 수미터 크기의 몸길이를 가지고 있지만, 송곳니는 최대 12cm에 달해 초식 동물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고생대의 검치호랑이 같은 모양세죠. 하지만 사실은 초식 동물입니다. 따라서 이 송곳니의 용도는 천적에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혹은 짝짓기 경쟁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이 고대 야수의 치아 및 턱 구조를 고려하면 아마도 검치호랑이처럼 상대의 목을 물어뜯는 방식 대신 머리를 망치처럼 이용해서 상대를 공격하는 박치기(head butting) 전술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를 내리 찌르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겠죠. (복원도 참조)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초식 동물 가운데서 짝짓기를 위해서 날카로운 이빨을 발달시키는 것은 현재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슴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사슴이 무슨 큰 이빨이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짜입니다. 사슴과 (이건 실수입니다 ㅠㅠ) 사향 노루과에 속하는 사향 노루나 사슴과에 속하는 고라니가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수컷 시베리아 사향 노루 Taiga musk deer (Siberian musk deer) (Moschus moschiferus), male, Plzen zoo 12.02.2011 )  


(시베리아 사향 노루의 두개골. Skull of Siberian Musk Deer Moschus moschiferus (Several views of the skull.) https://en.wikipedia.org/wiki/Musk_deer#/media/File:Porte_musc_global.jpg ) 

 연구팀은 현재의 사슴과나 사향 노루과에서 볼 수 있는 짝짓기용 이빨이 당시에 최초로 등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Juan Carlos Cisneros, Fernando Abdala, Tea Jashashvili, Ana de Oliveira Bueno, Paula Dentzien-Dias. Tiarajudens eccentricusandAnomocephalus africanus, two bizarre anomodonts (Synapsida, Therapsida) with dental occlusion from the Permian of Gondwana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5; 2 (7): 150090 DOI: 10.1098/rsos.15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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