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검은 구멍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매우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도 있습니다. 블랙홀이 강력한 중력으로 물질을 흡수할 때 블랙홀 주변으로 강착 원반을 형성하면서 고온으로 가열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선 아래로 들어가지 못한 물질들이 빠져나오는 제트(jet)에서 나오게 됩니다. 엄청난 고온으로 가열된 제트는 X선 같이 고에너지 파장에서 큰 에너지를 방출합니다.
지난 6월 15일부터 나사의 X선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Swift)는 지구에서 7800광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블랙홀 V404 Cygni에서 방출되는 강력한 X선을 관측했습니다. 이후 이를 분석한 영국 레스터 대학의 앤드류 비어드모어(Andrew Beardmore at the University of Leicester, U.K)와 그의 팀은 이 블랙홀이 내놓는 X선의 에코(echo, 메아리)를 확인했습니다.
(블랙홀의 에코. 각각의 색상은 X선의 에너지를 의미. 800-1500eV는 붉은색, 1500-2500eV는 녹색, 2500-5000eV는 청색. Rings of X-ray light centered on V404 Cygni, a binary system containing an erupting black hole (dot at center), were imaged by the X-ray Telescope aboard NASA's Swift satellite from June 30 to July 4. A narrow gap splits the middle ring in two. Color indicates the energy of the X-rays, with red representing the lowest (800 to 1,500 electron volts, eV), green for medium (1,500 to 2,500 eV), and the most energetic (2,500 to 5,000 eV) shown in blue. For comparison, visible light has energies ranging from about 2 to 3 eV. The dark lines running diagonally through the image are artifacts of the imaging system.
Credits: Andrew Beardmore (Univ. of Leicester) and NASA/Swift )
(달과의 크기 비교. The Swift X-ray image of V404 Cygni covers a patch of the sky equal to about half the apparent diameter of the full moon. This image shows the rings as they appeared on June 30.
Credits: NASA's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left), Andrew Beardmore (Univ. of Leicester); NASA/Swift (right))
이 블랙홀은 대략 태양의 12배 정도 되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태양 같은 항성과 6.5일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동반성에서 물질이 흡수되면 이 블랙홀에서 대규모의 에너지 방출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때 이 에너지들은 주변의 먼지에 반사되어 일종의 에코를 형성하게 됩니다. 산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시간차를 두고 퍼져나가게 되는 것이죠. 이 거대한 X선의 동심원은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황소눈(Bull's eye)이나 과녁(target)모양 같이 생겼습니다.
이 거대한 메아리는 실제 눈에 보인다면 달 지름의 1/3에 달하는 큰 크기라고 합니다. 다만 육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파장의 X선이라 스위프트같은 X선 관측 위성의 도움으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먼지로 산란된 X선 링(dust-scattered X-ray ring)은 과학자들에게 블랙홀 자체보다 그 주변 환경이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줍니다. 왜냐하면 주변의 성간 먼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블랙홀은 검은 구멍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파장대에 걸쳐서 여러 가지 에너지를 분출하는 천체이기도 합니다. 이름과는 반대지만, 이것 역시 자연이 인간에게 알려주는 재미있는 역설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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