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련의 2015년 2분기 PC 시장 그리고 인텔 및 AMD 2분기 실적


(2분기 PC 시장 집계, IDC)

 2015년 2분기, 세계 PC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IDC의 조사에 따르면 2분기 전세계 PC 출하량은 6614만대로 작년 동기의 7499만대 대비 확연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경기 부진과 더불어 PC 부분에서 새로운 수요를 이끌어낼 제품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이 PC보다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PC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킨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PC가 필요없게 된 것은 아닙니다. 보고서를 스마트폰으로 쓰는 것과 PC로 쓰는 것 어느쪽이 편한지 물어보면 답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것과 PC의 수요가 살아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입니다. 최근 수년간 PC의 성능은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는 부분적으로 기술적인 한계에 도달한 것도 원인이고 PC 시장에서 한 업체의 독접이 심화되면서 경쟁이 사라진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C 자체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점차 PC를 예상보다 더 오래 사용하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 역시 보통 2 년 주기 업그레이드를 해왔으나 이제는 샌디브릿지를 4년째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쓴 CPU 가운데 가장 현역으로 오래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성능이 크게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세 공정이 진행되면서 점차 더 미세한 공정으로 이전하기가 매우 어려워진 점과 이미 CPU가 꽤 빨라질 만큼 빨라진데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2분기 PC 시장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주요 5개 업체 중 하나만 빼고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분기에 성장한 업체는 애플이 유일한데, 애플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과는 달리 대부분 고가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꽤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남다른 디자인 철학도 있겠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다른 제품과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맥이라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이번 분기 인텔 역시 다소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15년 2분기 인텔 실적.  ) 

 인텔은 지난 분기 132억 달러의 매출과 27억 달러의 순익을 벌어들여 여전히 큰 수입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언트 부분에서 전년 동기 대비 -14% 역성장을 경험했는데, 이는 물론 PC 시장의 부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센터 부분은 인텔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가 많아질 수록 서버의 숫자는 더 늘아나게 되지 줄어들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서버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은 PC 시장에서만큼이나 커져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인텔 역시 미세 공정 이전 지연으로 인한 고통은 받고 있습니다. 본래 2016년으로 계획된 10nm 공정 이전은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2015년 2분기 AMD 실적) 


 사실 인텔보다 진짜 위기인 회사는 AMD입니다. AMD는 이번 분기에도 1억 81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매출 역시 1년 사이 14억 4000만 달러에서 9억 4200만 달러로 주저앉았습니다. 분야별로 보면 컴퓨팅 및 그래픽 상업부분이 8억 2800만 달러에서 3억 7900만 달러로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CPU및 그래픽 카드가 수요 자체가 감소함과 동시에 경쟁력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PC 수요 둔화로 인해 그래픽 카드 수요는 더 빠르게 감소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PC 수요가 줄고 노트북 및 태블릿의 비중이 늘어난 것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게이밍 PC 그래픽 카드 뿐 아니라 컴퓨팅,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했지만 AMD는 그렇지 못했죠. 여기에 CPU는 이전 제품의 재탕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픽 카드 역시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두 분야 모두에서 점유율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AMD의 숨줄을 잡고 있는 것은 커스텀 칩으로 표시되는 콘솔용 프로세서 부분입니다. PS4, XO, Wii U에 공급하는 커스텀 칩 수입은 그럭저럭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 중입니다. 하지만 회사 전체로 봤을 때는 심각한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AMD의 심각한 실적 부진은 사실 PC 산업의 부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PC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경쟁자가 없어진 인텔과 엔비디아가 과연 신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려 할까요? 반독점법을 적용하기에는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도 80년대 AT&T 분할 이후 회사 분할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마지막 시도가 MS를 분할하려는 것이었지만 실패했죠 ) 글로벌 시대에 거대 기업들은 이제 어느 한 국가에 속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AMD 힘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