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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천공 벌레의 비밀 - 사실 카페인을 분해하는 건 장내 미생물이다.



(커피 열매 천공 벌레 (왼쪽 아래 작은 검은 벌레) 와 커피콩의 단면도. A coffee berry borer (lower left) sits atop a coffee bean, which is its sole source of food and shelter. The beetle thrives in the toxic, caffeine-rich bean thanks to the microbes in its gut, shown in the green microscopy image. A schematic of a caffeine molecule is also shown. Credit: Berkeley Lab )​
 커피 열매 천공 벌레(coffee berry borer)는 커피를 재배하지 않는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친숙하지 않은 해충이지만, 커피를 주요 산업으로 삼는 국가에서는 아주 골치 아픈 해충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사실 커피콩에 있는 카페인은 신경 자극 물질로 일종의 신경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카페인이 가득들어 있는 열매를 만든다는 것은 커피 입장에서는 매우 큰 대가를 치루는 셈이지만, 대신 그 덕분에 자연계의 벌레 가운데 감히 커피콩을 먹으려는 간 큰 벌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커피 열매 천공 벌레를 제외하고 말이죠.
 커피 열매 천공 벌레는 커피콩을 자신의 식량원은 물론이고 거주 공간으로 활용하는 벌레입니다. 몸길이 0.7-2.2mm에 불과한 작은 벌레로 커피 콩 하나만 있으면 평생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해충이기도 하죠.
 이 벌레는 놀랍게도 성인 남성 한명이 하루 500잔의 에소프레소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양의 카페인을 먹어도 멀쩡합니다. 물론 인간처럼 커피를 기호품으로 먹는 포유류도 존재하지만, 사실 우리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의 극히 일부만을 섭취할 뿐입니다. 인간이 밥대신 커피콩을 먹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 벌레는 식량으로 커피콩을 먹어도 멀쩡합니다.
 물론 커피 산업에 큰 피해를 입히는 벌레이기 때문에 이를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U.S. Department of Energy's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Berkeley Lab)), 미국 농부무(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 멕시코의 프론테수르 대학(El Colegio de la Frontera Sur (ECOSUR) 등 국제 과학자팀은 이 벌레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버클리 연구소의 자비어 세자-나바로(Javier Ceja-Navarro, a scientist in Berkeley Lab's Earth Sciences Division )와 그의 동료들은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벌레의 비밀이 사실 장내 미생물에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즉 벌레가 커피콩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카페인을 분해해서 안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벌레의 장에서 14종의 미생물을 발견했는데, 벌레가 서식하는 지역에 따른 차이도 존재했습니다. 연구 샘플을 얻은 커피 재배 지역은 멕시코, 푸에르토 리코, 과테말라, 하와이, 인도, 인도네시아, 케냐 등입니다.  


(This colorful representation shows the dominant bacterial groups that live inside the guts of coffee berry borers from seven major coffee producing countries. The bar graph on the left shows the proportion of the most prevalent bacteria, Pseudomonas, in the gut microbiome of the collected beetles. Credit: Berkeley Lab )
 카페인을 분해해서 탄소와 질소로 바꿔 영양분으로 삼는 미생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Pseudomonas fulva이었습니다. 이 박테리아는 ndmA라는 유전자를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이 유전자 덕분에 카페인을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과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하는 이유는 앞으로 해충 박멸의 목표를 벌레 자체가 아니라 이 미생물에 맞출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열매 천공 벌레의 비밀을 알았으니 다음에는 이를 이용해서 해충을 퇴치해야 하겠죠.
 아무튼 작은 벌레 안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비밀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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