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영화 스폰지밥에는 커다란 눈이 있는 단세포 생물인 플랑크톤이 등장합니다. 물론 작은 단세포 플랑크톤이 팔다리와 눈, 입 등을 다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죠. 만화 캐릭터다보니 의인화 시켜서 표현한 것 뿐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중에 적어도 눈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대학(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UBC))의 연구팀은 와편모조류(dinoflagellates, 단세포 편모류)를 연구하던 도중 이상하게 생긴 구조물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그레그 가벨리스(Greg Gavelis, a zoology PhD student at UBC)와 그의 동료들은 처음에 이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나 이 세포 소기관의 구조를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세포 생물의 눈이었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눈이 그냥 명암 정도만 파악하는 암점 같은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작은 눈에는 각막, 수정체, 망막의 역할을 하는 세포 소기관이 별도로 존재해서 마치 인간 같은 고등한 다세포 동물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플랑크톤에서 발견된 눈과 같은 구조물의 모식도. An illustration of the the eye-like structure in warnowiid dinoflagellates. Credit: Brian Leander and Greg Gavelis)
(실제 전자 현미경 사진. A transmission electron micrograph showing the eye-like structure in warnowiid dinoflagellates. Credit: Brian Leander and Greg Gavelis)
(Light micrograph (left), illustration (center) and transmission electron micrograph (right) show the eye-like structure in warnowiid dinoflagellates. Credit: Hoppenrath and Leander)
warnowiid dinoflagellates라고 불리는 이 단세포 해양 플랑크톤은 몸에 비해서 상당히 거대한 세포 소기관을 가지고 있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 용도는 사실 렌즈를 가진 눈입니다. 그런데 이 작은 세포가 눈을 가지고 있으면 뭐가 좋을까요? 답은 먹이를 찾을 때 좋다는 것입니다.
사실 눈의 진화는 포식이라는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이 플랑크톤 역시 바다에서 투명하게 생긴 세포를 찾아 먹는데, 이를 위해서 독특하게 생긴 작살 같은 구조물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보지 못하면 잡아먹지 못하는 것이죠.
이 작은 눈처럼 생긴 세포 소기관은 주변에 있는 먹이가 되는 세포를 찾아내면 먹이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화학적인 신호를 통해 알려준다고 합니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브라이언 린더(UBC zoologist Brian Leander)에 의하면 더 놀랍게도 이 작은 눈에는 편광필터(polarizing filters)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여러 층으로 구성된 이 필터는 역시 투명한 몸을 가진 먹이를 찾아내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진화가 이뤄내는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 경탄하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정말 신선한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건 저 역시 한번도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생명의 경이는 인간의 상상 이상입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Eye-like ocelloids are built from different endosymbiotically acquired components, Nature, dx.doi.org/10.1038/nature14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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