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네발 달린 뱀의 조상 발견?



(Tetrapodophis amplectus의 복원도. The four-legged snake Tetrapodophis amplectus subdues a gondwanatherian mammal. The scene is set in an Early Cretaceous tropical forest in Gondwana. Credit: Julius T. Cstonyi)


 고생물학자라면 누구나 기가 막히게 잘 보존되었을 뿐 아니라 정확히 진화의 중간 단계를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화석을 발굴하기를 희망할 것입니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1억 1000만 년 전의 파충류 화석은 바로 그런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는 완벽한 사례일지 모릅니다. 

 이를 발굴한 포츠머스 대학의 데이브 마틸 박사(Dr Dave Martill from the University of Portsmouth)와 그의 동료들은 이 화석이 네발 달린 뱀의 조상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이 발견은 학계에 큰 논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뱀의 조상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입증할 화석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마도 중생대 백악기에 도마뱀으로부터 진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5/05/The-Origin-of-Snake.html 참조) 아마도 이때 이미 앞다리가 없는 뱀의 조상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던 것이죠. 

 이번에 발견된 화석의 주인공인 테트라포도피스(Tetrapodophis amplectus) 는 놀랍게도 백악기 당시의 파충류로 앞다리와 뒷다리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꽤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놀라운 이유에 대해서 마틸 박사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배적인 이론에 따르면 뱀의 조상은 아마도 바다 도마뱀에서 진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물속에서 유선형의 길쭉한 몸을 진화시킨 도마뱀이 뱀으로 진화할 기회가 더 많았을지 모르죠. 

 하지만 이번 발견은 이와는 반대로 사실 뱀의 조상이 땅에서 굴을 파고 살아가는 천공 도마뱀(burrowing lizard)에서 진화했다는 증거를 지지고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테트라포도피스가 진짜 뱀의 조상이라면 뱀 진화에 관해서 매우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테트라포도피스는 몸길이 20cm에 1cm에 불과한 작은 다리와 긴 몸통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리가 퇴화하고 몸이 더 길쭉해지면 뱀의 형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논란이 시작됩니다. 과연 이 생물은 그냥 길쭉한 도마뱀일까요? (즉 현존 뱀과는 별개의 그룹) 아니면 진짜 뱀의 조상인 것일까요?     


(테트라포도피스의 다리. The snake has small ‘hands’ that are approx 1cm long.
Credit: Image courtesy of University of Portsmouth ) 

 마틸 박사의 연구팀은 테트라포도피스가 도마뱀처럼 꼬리가 긴 대신 몸통이 늘어난 구조이며, 차이 및 턱의 형태도 뱀의 조상이라는 가설을 지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아직 확실치 않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작은 다리는 어디에 사용했는지 입니다. 

 복원도에서는 이 다리가 먹이를 잡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작은 다리는 빠르게 걷는데는 적합하지 않은게 분명합니다. 긴 몸통을 감안했을 때 이런 다리는 사실상 걷는데는 별 기능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어쩌면 이때부터 기어다녔거나 혹은 물속에서 헤엄을 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의 분석으로는 긴 노처럼 생긴 꼬리가 없기 때문에 헤엄치는 도마뱀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가능성은 짝짓기를 할 때 서로를 붙잡는 기능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입니다. 

 진실이 어떠한 것인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이지만, 아무튼 중생대의 기묘한 파충류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공룡 말고도 중생대에는 별 기묘한 생명체들이 존재했다는 이야기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Dave Martill et al. A four-legged snake from the Early Cretaceous of Gondwana. Science, July 2015 DOI: 10.1126/science.aac567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