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 번호 수집 금지




 이전에 몇차례 말씀드린 데로 방통위에서는 국민 대부분의 주민등록 번호가 이미 유출된 것으로 판단되는 시점에서 인터넷상에서의 주민 등록 번호 수집 이용을 금지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흘러 2012 년 8월 18일 이후로는 주민등록 번호의 신규 수집은 금지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수집한 주민 등록 번호를 바로 폐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2년 이라는 유예 기간이 있습니다. 


 현재 알려지기로는 코레일은 650 만개의 기존 철도회원 주민 등록 번호를 곧 파기한다고 합니다. 네이버도 올해 안에 폐기 하겠다고 했으니 일부 사이트들은 털리기 전에 폐기할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이미 다 털린 상황에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지고 있는 것 보단 낫겠죠.


 하지만 주민 등록 번호 수집이 금지된다고 해서 본인 확인 제도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일부 꼭 필요한 사이트 외에 반드시 개인 확인을 왜 한국에서만 유독 거의 모든 사이트에서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본인 확인 기관 이나 법령으로 주민 등록 번호 수집 이용을 허용 받은 경우, 영업 목적상 주민 번호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 (예를 들어 아이핀 발급 기관, 이통사, 공인 인증서 발급 기관, 카드, 보험, 은행 등) 에 대해서는 주민 번호 수집이 여전히 허용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주민 등록 번호 유출이 0% 가 될 순 없겠죠. KT 유출 건 처럼 대규모 주민 등록 번호 유출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 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아이핀, 공인 인증서 같은 주민 등록 번호 이외의 인증 수단이 필요합니다. 기타 다른 인증 수단은 어떤게 있는지 현재는 알려지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핀이나 공인 인증서가 없으신 분들은 지금 하나 발급 받아 두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한편 방통위는 이외에도 개인 정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제부터 이용자 수 100만 이상 혹은 매출액 100 억원 이상 사업자는 1년 에 한번 이상 이용자에게 개인 정보를 수집 이용한 목적과 항목을 통지해야 하며 만약 유출, 도난등의 사고가 발생시 이용자에게 지체 없이 통보하고 방통위에 신고해야 합니다. 또 개인 정보 유효기간제도 시행해 3년간 로그인 등 이용 기록이 없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삭제하거나 별도의 저장장치에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물론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사용금지를 하는 게 맞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타인이 내 주민등록 번호로 내 행세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상 오픈 소스가 된 상황인 걸 생각하면 주민 등록 번호를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일까요 ? 


 제 생각은 반드시 인증이 필요한 경우 - 예를 들어 은행, 카드, 보험, 이통사, 기타 규모가 큰 쇼핑몰 - 등만 본인 인증을 하도록 하고 그외 반드시 인증이 필요하지 않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본인 인증을 해제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아이핀으로 대체하면 아이핀은 유출 안될까요 ? 


 그나마 공인 인증서가 대안적으로 안전한 편에 속하겠지만 이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학생 신분에서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 드문 편입니다. 또 사이트 가입할 때마다 공인 인증서를 사용해야 하면 그것 자체도 꽤 불편하고 분실등의 경우에는 더 곤란해 지겠죠.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한국에서만 거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꼭 본인 인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부터 묻고 싶습니다. 그런식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데 언젠가 털리지 않을거라고 누가 보장할까요.  


 더구나 기술적 관리적 보호 조치를 준수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3000 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그런식이면 대형 업체들은 굳이 개인 정보 보안 예산을 할당하지 않는게 오히려 더 싸게 먹힐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개인 정보 유출로 대규모 손해 배상을 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에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일 동기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번 조치로 너무 중복으로 유출되어 이미 해커들에게 그 경제적 가치가 떨어진 주민등록 번호 (이미 오픈 소스화) 대신 새롭게 아이핀 번호가 다음 한류 컨텐츠로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건 아닌지 하는 불길한 생각마저 듭니다. 그냥 지나친 걱정이기를 바랍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