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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2012 년 곡물 불안




 국제 곡물 가격은 지난 20 년간 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도시화 및 식량 수요 증가 (또 경제 발전에 따른 육류 수요 증가) 로 인해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상 이변이 점차 일반화되고 평범한 곡물가격 상승과 하락에 국제 투기 자본까지 끼어들면서 국제 곡물가는 변동성이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1990 년에서 2012 년까지 FAO Food Price Index (FFPI)    출처 : FAO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 )  


 국제 곡물가격은 점차 증가하는 수요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공급으로 인해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긴 하지만 계속해서 꾸준이 상승하기 보단 주가 차트 같은 변동성이 있으며 그 양상은 다른 국제 원자재인 석유나 석탄, 기타 자원 가격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각 작물 품목별 가격은 해당 작물의 작황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이전에 전해드린데로 미국은 2012 년 매우 기록적인 수준의 가뭄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옥수수가 특히 작황에 아주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옥수수 자체도 주요 곡물로 인간의 식탁위에 오르긴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용도는 바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옥수수는 전세계 곡물 생산량인 22억 톤의 1/3 이 넘는 8 억톤 이상이 생산됩니다. 옥수수 가격의 상승은 바로 사료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이는 육류가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북반구에서는 미국이 매우 심각한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유럽 역시 가뭄으로 타격을 받아 작년보다 예상 수확량이 1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유럽 곡물시장 전략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옥수수 수확량은 5800 만톤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서의 감소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수확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서 지금 가뭄이 해소된다고 해도 작황을 돌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다행히 옥수수와는 달리 밀 수확량은 심각하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FAO 의 국제 곡물 가격 지수 (FAO Cereal Price Index) 는 2012 년 7월에 260 포인트로 2008 년 4월의 최고치 274 에서 14 포인트 아래 정도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난 1 년간의 국제 식품가격 지수 변동  출처 : FAO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 ) 


(2008 년에서 2012 년 사이의 국제 식품 가격 지수  출처 : FAO (국제 연합 식량 농업 기구) ) 


 올해 국제 곡물 및 식품 가격 추이는 2012 하반기에 파종에 들어가는 남반구 (아르헨티나, 호주 등) 의 작황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인데 이들도 작황이 좋지 않다면 국제 곡물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이후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육류 가격도 폭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USDA 는 2012 년 - 2013 년 국제 곡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22억 4700 만톤, 소비량은 생산량을 약 4000 만톤 초과하는 22억 8700 만톤으로 전망해서 일단 수급이 다소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식량은 수요나 공급이 조금만 불균형을 보여도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지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우려는 나름 이유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올해 말과 내년 초의 남반구 상황에 따라 이는 변동성이 꽤 있습니다. 특히 엘니뇨 현상이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와 같은 식품 가격 상승은 세계 각국에 물가 상승 압력과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2008 년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부 개도국들은 정정 불안으로 이어져 폭동이나 정권 교체까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유가 어찌 되었든 사실상 전방위적인 식품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인해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지니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해야겠죠. 전반적인 그래프의 곡선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제 곡물 및 식품 가격은 앞으로도 조금씩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다만 다른 원자재 가격과 마찬가지로 세계 경제 상황 및 투기 자본의 흐름에 따라서 상승과 하락의 변동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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