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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의 확산





 지금으로부터 10 여년 전만 해도 뎅기열 (Dengue Fever) 란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열대 전염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 여행의 확산과 더불어 뎅기열 자체가 크게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해외 여행에 의한 감염사례들이 보고 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현재까지 뎅기열에 감염될 수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뎅기열의 유행지역은 점차 확산되면서 북상하는 추세입니다. 


 과거 미국 역시 뎅기열 발생 국가가 아니었고 과거에는 대부분 유행지역 해외여행에서 감염된 경우였으나 2000 년대와서 미국내 발생 케이스들이 보고됩니다. 그 전에 사실 1980 년대에 카리브해 국가들 사이에 전파가 되었었죠. 이후 2001 년 하와이, 2005 년 텍사스, 2009 - 2010 년 사이 플로리다에서 미국내 발생 케이스들이 보고되는 등 케이스 자체는 많지 않아도 점차 미국내 발병 사례들이 보고됩니다.


 사실 뎅기열은 대부분이 감염자에서 비특이적 증상을 일으켜 뎅기열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실제 감염사례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최근 medscape 에는 뎅기열이 미국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 바란다는 특집이 실렸습니다. 


 아무튼 과거 남미 및 아시아 - 아프리카의 열대 지역에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뎅기열은 수천 km 를 북상해 이제 미국 남부까지 상륙한 상황입니다.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인 Aedes aegypti 를 비롯한 Aedes 속의 모기들이 분포하는 지역은 뎅기열에 감염될 수 있는 지역이며 특히 감연 인구가 많은 지역들은 위험 지대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뎅기열의 분포. 붉은색이 유행 지역 (epidemic) 파란색은 뎅기열을 옮기는 A. aegypti 의 분포지역 
Map showing the distribution of dengue fever in the world, as of 2006. Map produced by the Agricultural Research Service of the US Department of Agriculture.
Source: Slide #8 of a presentation by Gary G. Clark, PhD, entitled "Dengue: An emerging arboviral disease". Cyan: Areas infested with Aedes aegypti. Red: Areas with Aedes aegypti and recent epidemic dengue fever.



(뎅기열을 전파하는 A. aetypti   뎅기열 이외에 황열이나 다른 열대 질환의 매개 곤충이기도 함.  Source : USDA  ) 


 이렇게 뎅기열이 널리 확산되어 이제 감염 가능 지역에 사는 인구를 모두 합쳐 25 억명에 이를 만큼 흔한 질환이 된 이유는 여러가지 입니다. 그 중에 하나는 사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매개체가 되는 모기의 서식지가 조금씩 북상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특히 뎅기열을 옮기는데 가장 흔한 매개체 역활을 하는 모기인 A. aegypti 가 조금씩 북상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세계 각지에서 작물의 재배 북방한계가 자꾸 올라가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심지어 이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점차 북쪽에서 과거 온난한 기후에서 자랄 수 있는 작물들이 재배가 가능해 지고 있죠. 그러나 달갑지 않은 해충들도 같이 북상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하나만이 지금같은 뎅기열의 전파에 기여한 것은 아닙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까지 전파가되는 이유는 해외 여행과 교통의 발달로 세계의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모기와 뎅기 바이러스 (Dengue virus) 가 쉽게 전파되기 때문입니다. 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를 타겟으로 삼는 모기들이 더 창궐하는 것도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숙주가 많아진 것은 물론 도시라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전파와 증식에 아주 좋은 여건이 된 셈이죠. 


 2010 년 WHO 에 의하면 뎅기열로 진단된 케이스는 178 만명으로 그중 절반 이상인 93만 6000 명이 브라질에서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및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실제 진단된 케이스외에 감염된 케이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잠시 뎅기열이란 질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뎅기열은 뎅귀 바이러스 (Dengue virus) 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앞서 언급한 Aedes 속에 속하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질환입니다. 뎅기 바이러스에 매년 5000 만에서 1억명의 사람이 감염되고 이 중 50 만명 정도는 입원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리고 매년 12500 - 25000 명 정도가 뎅기열로 인해 사망합니다. 


 일단 매개 곤충인 모기에 물리면 뎅기 바이러스는 피부에 있는 랑게르한스 세포 (Langerhans Cell  피부에 존재하는 dendritic cell 로 항원을 인식하는 역할을 함) 에 침입 증식하여 체내로 퍼지게 됩니다. 가까운 림프절로 면역 세포가 이동하면 여기서 다른 면역 세포 (monocyte, macrophage) 들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이에 의한 면역 반응으로 인터페론을 비롯한 사이토카인 (Cytokine) 들이 만들어지며 마치 감기같은 발열, 오한, 근육통, 관절통을 만들게 됩니다. 



(뎅기 바이러스 (Dengue Virus 의 전자 현미경 사진    Source : CDC) 


 대개의 경우 이렇게 면역 세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라고 해도 인체에서는 결국 항체를 만들어 이에 저항하게 되며 면역을 획득한 이후에는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물린후 잠복기는 4-7 일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국내 발생 보고가 없는 한국에서 발생 케이스는 주로 동남아 유행지역을 여행한 이후 한국에 도착해서 갑자기 발열과 오한이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현지에서 발병도 가능)  


 잠복기 다음에 오는 발열기에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나 아주 심한 40 ℃ 수준의 고열이 날 수 있으며 근육과 관절의 통증, 발진, 두통 (특히 안구 뒤)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열대 지역 여행후 갑작스런 발열 증상과 근육통이 심하면 다른 열대성 질환과 더불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피부에 작은 점상출혈 (petechiae) 이나 구강 점막등의 출혈 소견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발열은 1-2 일 간격으로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복기에 이르게 되며 2-3 일 후에 대부분 호전됩니다. 이 질환은 혈관벽에서 체액이 조직등으로 새게 만드는 특징이 있으며 이것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의식 저하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개는 호전 후 수주간 피로감을 느끼긴 하지만 완전히 회복됩니다. 따라서 매년 엄청난 수의 환자가 감염되지만 대부분 문제 없이 호전되는 것입니다. 


 한번 뎅기열에 걸리면 평생 면역을 획득하게 되지만 불행히 뎅기열을 일으키는 이 single stranded, enveloped RNA flavivirus 는 4가지 혈청형 (DENV 1- 4 serotype ) 이 존재해서 서로에 대한 면역을 제공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DENV 1 혈청형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해당 뎅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평생 면역이 생기나 DENV - 2 에 대해서는 면역이 없어서 다시 걸릴 수 있습니다. 


 아무튼 대부분의 경우는 그래도 저절로 좋아지니 다행이긴 하지만 100% 다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일부 환자는 발열기에서 치명기 (Critical phase) 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매우 심각한 바이러스 증식과 이로 인한 면역 반응이 일어납니다. 특히 심각한 질환 그룹 (severe disease group) 에서는 혈관벽을 구성하는 세포인 내피세포 (Endothelium) 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혈관내의 혈장 (plasma) 성분이 밖으로 새는 현상이 매우 심해지며 골수나 간과 같은 주요 장기까지 침범해 이 세포가 죽게 되면서 나오는 여러 사이토카인 등의 물질이 혈액응고와 섬유소 용해 (Coagulation and Fibrinolysis) 를 일으켜 출혈을 유발합니다. 


 이 시기에 뎅기열은 뎅기 출혈열 (Dengue Hemorrhagic Fever = DHF ) 이라고 불리며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이릅니다. 또 심각하게 혈장 유출 및 출혈이 동반되면 뎅기 쇼크 신드롬 (Dengue Shock Syndrome) 에 빠지며 결국 사망 상태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사망율은 치료를 받지 않으면 1- 5 % 수준이고 치료를 받으면 1% 미만 수준입니다. 따라서 진단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적극 권장됩니다. 


 또 한가지 불행한 것은 현재 뎅기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모기를 박멸하고 유행지역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입니다. 바이러스 자체는 대부분 그냥 좋아진다고 해도 만약 그냥 좋아지지 않을 경우 저혈압과 쇼크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치료는 아직 없지만 동반되는 hypovolemic shock 과 다른 합병증에 대한 치료는 가능해서 사망율을 낮출 수 있음)    


 사실 뎅기열이 점점 흔해지는 것은 앞서 이야기 했듯이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중 하나는 분명 인간의 잘못 때문인데 본래 열대와 아열대 기후에서만 서식이 가능한 Aedes 속의 모기들이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올라감에 따라 작물 재배의 북방한계가 올라가듯이 조금씩 북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아직 한국은 유행 지역 (필리핀) 보다 수천 km 위에 있어 당장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미래에도 걱정할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덧) 뎅기열 매개 모기 한국 상륙 ?  http://jjy0501.blogspot.kr/2013/07/Dengue-fever-in-Korea.html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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