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실명제 폐지 후 명예훼손 문제는 ?





 헌법 재판소는 지난 2012 년 8월 23일 인터넷 실명제로 알려진 제한적 본인 확인제 ( '정보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운데 제 44 조의 5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를 시행된지 5년만에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이 제도가 공익 효과 없이 표현의 자유만 침해한다고지적했는데 최소한 이 법률이 시행되서 온라인 상의 명예 훼손이나 악플이 의미있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5447465 참고 )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래도 이 법이 폐지되면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이나 악플이 더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고 어쩌면 사실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에 후속 조치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방통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인터넷 실명제가 유지되던 시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사이버 명예 훼손 상담 건수가 22.4% 증가했다고합니다. 방통위에 의하면 총 상담 건수는 올해 상반기에 411 건이었고 이 중 257 건이 사이버 명예훼손이었다고 합니다. 


 발생 건수는 볼 때 인터넷 카페가 92 건 (22.4%) 로 가장 많았고 게시판 82 건 (20%), 블로그 30 건 (7.3%) 순으로 많았지만 최근 휴대전화 (19건) 에 의한 상담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아래 링크 참조) 비록 상담 건수 = 명예훼손 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점차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확산과 SNS 확산 (SNS 댓글 시스템을 포함) 으로 인해 글을 남길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면서 점차 이런 문제도 증가할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계속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항상 어떤 시스템이 득과 실 중에 어떤 부분이 큰지를 생각하고 제도를 도입, 유지, 보완, 폐지 해야 합니다. 그 동안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악성 댓글이 줄어들었지 않은 건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로 인해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이 있었고 결국 이렇게 수집된 개인 정보가 제대로 관리 되지 않으면서 거의 모든 국민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 타인을 사칭하거나 혹은 피싱등 범죄에 사용되는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일단은 헌재에서도 공익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할 만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는 폐지 수순으로 가는 것이 맞겠죠. 하지만 한편으로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특정 개인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온라인 상에 유포하거나 혹은 완전한 허위사실 유포, 그리고 악성 댓글 중 분명히 정도가 심한 것들은 제재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 IP 추척이나 이메일 주소만으로도 고소 고발 조치를 가능하게 하고 주요 포털 사이트에 계정 생성시 댓글을 달 수 있는 시간에 유예를 두거나 전화 번호 인증등으로 복수 계정을 생성하지 못하게 - 전화 번호 자체는 저장하지 않고 중복 가입 방지 목적 - 하는 등 악플러 차단을 위한 여러가지 조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게시판등에 공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되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악플 문제는 법 이전에 사용자 개인의 인격이나 자질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항상 신사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고 게시판에서의 다툼이나 의견 대립은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간인 이상 반드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 분쟁을 막을 수 있는 장치 및 피해자 구제책이 실명제 여부와 관계없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