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의 주무 부서라고 할 수 있는 문화 체육 관광부 (이하 문체부. 장관 최광식) 은 8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게임 시간 선택제를 시행한지 한달여만에 총 8434 개의 계정이 이를 새로 신청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체부에 의하면 2009 년 부터 시범 시행한 계정까지 합지면 총 17746 개의 계정이 이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게임 시간 선택제란 이전 포스트에서 설명한바 있지만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1405737참조)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 12조의 3 (게임 과몰입 중독 예방조치등) 에 근거해서 하루 중 게임 할 시간을 보호자가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청소년 보호법 23조의 3 (심야시간대의 인터넷 게임 제공시간 제한등) 과는 다른데 이는 흔히 게임 셧다운제로 알려져 있고 주무 부서는 여성 가족부입니다.
아무튼 문체부는 보도 자료를 내고 게임 시간 선택제가 순조롭게 출발하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난독증이 있는 건지 이게 왜 순조로운 출발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국내 주요 게임 포탈 - 한게임, 넥슨, 네오위즈 게임즈, 넷마블 등 - 의 계정 수만 1000 만개 이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개 한사람이 복수 계정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신청한 사람수는 많이 잡아도 수천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체부에 의하면 청소년 게임 인구는 700 만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수에 비해 게임 시간 선택제를 신청한 계정수는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수입니다. 이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서 결국 전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런 결과라고 판단해야 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문체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사실 게임 시간 선택제는 잘 활용된다면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는 제도입니다. 자녀의 게임 시간을 합의하에 정해줄 만큼 관심과 이해심이 많은 부모가 있다면 긍정적인 일이고 이를 통해 게임 과몰입을 막고 건전한 여가 활용도 가능해 질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이상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 것 같고 실제로는 대부분 부모가 원하는 게임 시간은 자녀의 성에 차지 않거나 혹은 0 시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게임을 할 가능성이 높고 부모 역시 자녀가 무슨 게임을 좋아하고 얼마나 하는지에 별로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그보단 게임을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 많겠죠)
결국 과연 실현성 있는 제도인지가 처음부터 의문시되었고 시행 한달간의 성적은 예상대로 유명무실하다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는 의도가 좋은지 이상으로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은 없을 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필연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과 불편이 이로 인해 초래 된다면 말이죠. 게임 시간 선택제로 인해 각 회사들이 시스템 구축에 비용을 들인 것은 물론이고 PSN 스토어는 국내에서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애매한 성인 게이머들의 정당한 게임 사용이 제한을 받았지만 그 댓가로 얻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과연 1 년, 2년 후에는 의미있는 숫자로 늘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신청한 계정이 증가한다고 해도 실제 중독까지 될 정도로 하는 유저가 과연 이를 우회할 다른 계정을 만들지 않을지 의문이고 정말 게임 중독이나 과몰입을 막는 효과는 있는 건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신청한 계정 조차 거의 없다면 실효성 여부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래도 문체부는 예산을 투입 홍보 웹툰과 동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되는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왠지 97 년 청보법 같은 결과만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당시에도 청보법을 만들어서 학교 폭력을 뿌리 뽑고 청소년 유해환경을 일소했다고 정부 스스로 자화자찬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대신 국내 만화산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죠. 어쩐지 그 과거의 일이 오버랩되는 오늘입니다. 결국 부모의 관심과 이해 없이는 정착이 되기 어려운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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