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기후 변화 (Nature Climate Change) 에 아주 독특한 논문하나가 실렸습니다. 그것은 메사추세츠 나비 클럽 (Massachusetts Butterfly Club) 의 20000 회에 달하는 관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1992 년에서 2010 년 사이 메사추세츠 주 내의 나비의 분포 변화에 대한 논문이었습니다.
메사추세츠 나비 클럽은 매우 지난 19 년간 주 내에서 매우 상세한 20000 회의 야외 관찰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회원들은 나비에 대해서는 박식한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채집한 나비 및 사진들의 데이터는 메사추세츠 주 전체 나비 종분포를 상세하게 보여주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과학 저널에 실린 데이터는 엄격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야 합니다. 설령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수집한 자료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오류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이게 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 면 이것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95% 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분야에 따라 천차 만별이지만 데이터의 과학적 신뢰도는 해당 연구자의 평판과 연구 성과의 질을 가늠하는 아주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이런 만큼 데이터를 열심히 수집해서 논문으로 발표하려고 해도 과학 학술지에서 이를 통과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 리뷰어들은 이 데이터가 정말 신뢰할 만한 것인지를 계속 따지고 물을 것이기 때문이죠. 1차로 연구자 본인이 반복 측정해서 확인한 데이터는 2차로 해당 논문을 발표할 학술지의 리뷰어들에 의해 한번더 걸러진 후 결국 정식 발표후에도 그 타당성에 대한 검증을 계속 받게 마련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믿을 만한 데이터로 검증되면 그 때가 되서 과학적 데이터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과학 학술연구에 거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해당 데이터의 신뢰성에 큰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가 바로 이런 예외에 속하는 경우로써 메사추세츠 나비 클럽이 수집한 데이터는 양과 질, 그리고 정확성 면에서 과학자들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원들이 오랜 시간 나비 관찰 활동을 해오고 해당 자료를 매우 상세히 수집했기 때문에 아주 신뢰성 있는 정보로 받아들여 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한 하버드 대학의 Greg A. Breed 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남쪽의 온난한 기후에 적응한 나비의 서식지가 계속 북상하고 반대로 추운 기후에 적응한 나비 종은 북쪽으로 물러가는 변화가 매우 뚜렸하게 나타났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와 같은 데이터는 이전의 다른 과학 연구 결과와 상충하지 않으므로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온난화가 동식물의 분포와 식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점차 농작물의 북방한계가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게 곤충의 분포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Journal Reference:
Greg A. Breed, Sharon Stichter, Elizabeth E. Crone.Climate-driven changes in northeastern US butterfly communities. Nature Climate Change, 2012; DOI:10.1038/nclimate1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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