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맥스 페인의 약간 아쉬운 귀환 - 맥스 페인 3





 지금으로부터 11 년전 핀란드에 본사를 둔 레머디 엔터테인먼트 (Remedy Entertainment) 는 지금도 전설로 남은 하드 보일드 액션 게임인 맥스 페인 (Max Payne) 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수준높은 그래픽은 물론이고 블렛 타임이라는 메트릭스를 보는 듯한 효과는 게이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비록 10 시간 정도의 짧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는 당시 액션 게임이 나갈 방향을 말해준 대작이었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1 편에서 모든 복수를 마쳐서였을까요. 2003 년에 등장한 속편인 Max Payne 2 : The Fall of Max Payne 은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워낙 대작이었던 전편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여전히 게임성에 있어 수작의 반열에 들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레머디는 한동안 침묵을 깨고 맥스 페인 3 가 아니라 앨런 웨이크 (Alan Wake) 를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맥스 페인 3 는 본래 판권을 가진 록스타가 제작을 맡았는데 록스타 밴쿠버 (Rockstar Vancouver) 의 주도하에 몇개의 스튜디오들이 힘을 합쳐 제작했고 중심 작가는 원작을 쓴 샘 레이크 (Sam Lake) 대신 댄 하우저 (Dan Houser - GTA IV 등의 작가) 였습니다.  


 사실 이 정도 세월이 흐르게 되면 작가도 회사도 개발자도 거의 다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야 겠죠. 아무튼 그래도 오랫만에 맥스 형님을 다시 보게 되서 반갑긴 했습니다. 그 사이 30 년이 흘렀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많이 늙으셨지만 말입니다. 




 간만에 뵌 맥스 형님은 이제는 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밖에 없을 만큼 폭삭 늙으셨습니다. (엄밀히 말해 1편에 나오신 그분과 비교했을 때 뉘신지 ? 라는 반응이 나와도 될 정도로 변하셨죠. 단순히 세월의 흐름으로 보기에는 기본적으로 생김새가 너무 달라 사실 좀 이질적인데 이건 1 편과 2 편에서도 그랬다고 해야죠. (사실 시간 설정은 게임 나오는 순과 똑같습니다. 즉 1편의 2년 뒤가 2편이고 2편의 9 년뒤가 3편인데 체감상으로는 거의 10 년씩 건너뛰는 줄 알았네요) 


 일단 이번 3 편에서는 브라질의 돈많은 가족을 경호하는 일로 직업을 변경하시게 됩니다. 절친인 페소스와 함께 상파울루에서 경호업무를 하는데 해당 지역의 치안이 워낙 불안해 사실 부유층들은 경호원을 항상 필요로하죠.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하고 게임에 대한 감상평만 적어 보겠습니다. 



(맥스 형님과 야성미 넘치는 고릴라 같이 생겼지만 사실 사람은 순한 편인 절친 페소스) 


 게임은 이전 시리즈와 비슷하게 음모를 파해치는 내용입니다. 물론 맥스 페인인 이상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블렛 타임이라고 부르는 시간의 흐름이 늦어지게 만드는 스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 스킬은 적의 공격을 받으면 점점 왼쪽 하단의 막대가 다 차게 되며 일정 시간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늘을 날면서 총격을 날리는 이벤트 씬. 이벤트 씬들 가운데서도 시간의 흐름이 늦어집니다) 

 한가지 원작과 달라진 시스템은 바로 엄폐입니다. 본래 1편에서는 맥스는 무릎을 꿇거나 하지 않고 우직하게 싸웠죠. 하지만 3 편에서는 주변 사물에 엄폐를 해가면서 블렛 타임을 사용할 수 있어 사실 게임이 쉬워졌습니다. 대신 적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게임에서 오히려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즉 액션의 패턴이 오히려 몇가지로 고정되면서 1 편처럼 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블렛 타임을 사용하는 재미는 없어졌다는 것이죠. 게이머들은 대부분 엄폐한 상태에서 블렛 타임을 사용해서 플레이를 강요받게 됩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아이폰으로 맥스 페인 오리지날을 했었는데 솔직히 1편이 과거의 기억을 미화시켜서가 아니라 아이폰으로 해도 더 재미있습니다. 3편의 경우 아주 재미없지는 않지만 대신 1편 같은 재미를 바라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하겠습니다. 



 

 


 3 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맥스 페인 시리즈의 본래 특징이었던 만화식 상황 설명을 제외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대체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환영할 만 하지 않은데 오히려 만화 같은 장면 설명이 더 몰입감을 높였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아무튼 동영상 부분만 꽤 오래 봐야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맥스 페인 3 의 동영상 부분은 상당히 내용 설명이 긴편입니다. 그냥 기존 시리즈 처럼 만화로 처리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맥스 페인 3 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머리를 밀어버리는 맥스 형님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이부분은 뭐 이미 예고편부터 나왔던 이야기라 굳이 스포일러라고 할 수 도 없겠죠. 





 맥스 형님이 세월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대머리가 되신 건 아니고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신 겁니다. 다만 그게 아주 자연스러웠을 뿐. 


 아무튼 오랫만에 맥스 형님을 보니까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제 평점을 말하면 1 편이 100 점이면 3 편은 85 점 정도입니다. 일단 액션에서 1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 스토리 부분에 있어서는 1편이 워낙 잘 쓴 이야기라 사실 2,3 편에서 이를 능가하기는 본래부터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맥스 페인 3 는 후속편의 여지를 남기고 마무리를 짓습니다. 


 오해하지 마실 점은 개인적으로 1 편을 아주 재미있게 했기에 3편이 그렇지 못하게 느껴졌던 것이지 게임 자체는 중간이상 가는 게임이라는 것입니다. 적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나 엔딩까지 볼 의미도 못느낄 만큼 망작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역시 맥스 페인 시리즈는 어떻게 해도 1 편을 능가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아마 후속작이 나오면 이것도 플레이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