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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아카라기 생물은 딕킨소니아는 스스로 움직였다?


(Fossil beds of the Nilpena National Heritage Ediacara site. Credit: Scott Evans / UCR)

(Ancient Dickinsonia fossil unearthed in the Australian outback. Credit: Scott Evans / UCR)


 고생대 이전 시기인 에디아카라기에는 현생 동물군과 연관성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생물체들이 번성했습니다. 에디아카라 생물군은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바다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생물체로 아마도 다른 다세포 동물을 사냥하며 돌아다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캄브리아기가 온 이후에야 지구에는 먹이를 찾아 활발히 움직이는 포식자의 시대가 열립니다. 


 하지만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콘 에반스 (Scott Evans, a UCR paleontology doctoral candidate)이 이끄는 연구팀은 에디아카라기의 대표 생물인 딕킨소니아가 움직일 수 있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줄무늬가 있는 호떡처럼 생긴 딕킨소니아는 발견 초기부터 움직일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던 생물입니다. 어떻게 먹고 살았는지도 상당한 논쟁이 있지만, 주변으로 움직인 것 같은 흔적이 있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 생물에 대해서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소개했습니다) 




 얇은 몸 덕택에 디킨소니아는 물의 흐름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화석 주위의 움직인 듯한 흔적은 그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호주에서 발견된 5억5천만년 전의 딕킨소니아 화석 200개가 움직인 방향을 조사했습니다. 만약 해류의 따라 몸이 움직였다면 특별한 방향성 없이 움직였을 것이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다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 결과는 후자를 지지했습니다. 아마도 디킨소니아는 먹이가 풍부한 장소를 찾아 이동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리가 없고 근육처럼 보이는 흔적도 없고 모래 위에 남은 부드러운 흔적만이 전부이기 때문에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입니다. 에디아카라기 생물군은 오랜 연구에도 쉽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미스터리 생물체입니다. 그러나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한 연구는 계속될 것입니다. 


 참고 


Scott D. Evans et al, Slime travelers: Early evidence of animal mobility and feeding in an organic mat world, Geobiology (2019). DOI: 10.1111/gbi.1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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