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문명 시대 이전에 매우 다양한 식생활을 지닌 잡식 동물이었습니다. 물론 환경에 맞춰 식량의 구성은 천차만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농경 문명이 정착한 이래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게된 건 분명합니다. 문화권이나 개인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3대 영양소에서 탄수화물 비중이 70% 이상인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인간의 유전자 역시 여기에 적응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프란시스 브로드스키 교수 (Professor Frances Brodsky, Director of UCL Biosciences) 이 이끄는 과학자 팀은 global 1000 Genomes Project 에 참가한 2504명의 유전자와 61종의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조사해 CHC22 단백질을 만드는 CLTCL1 유전자 변이를 조사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포도당 운반 단백질을 근육 및 지방 세포에 그대로 두게 해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의 변이가 식후 혈당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따라서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해도 혈당이 지나치게 증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지 1만년이란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결과입니다. 그동안 적응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것이죠.
이와 비슷한 경우로 포유류 가운데 인간만 성인에서도 유당을 분해할 수 있게 변이가 발생했습니다. 본래 상체 포유류는 젖을 먹을 일이 없지만, 인류는 먹게 되면서 여기에 맞춘 변이가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소개한 내용 가운데 비슷하게 인류가 채식에 맞게 진화했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환경에 따른 변화는 모든 생물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인간만 예외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 조상은 환경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했고 그 결과 농업 및 축산물에 적응한 후손이 탄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직 완전히 적응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유당을 분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역시 탄수화물 식이에 적응한 변이가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 당뇨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역시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우리의 유전자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것만이 아닐 것입니다.
참고
Matteo Fumagalli et al, Genetic diversity of CHC22 clathrin impacts its function in glucose metabolism, eLife (2019). DOI: 10.7554/eLife.4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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