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기존의 HIV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하고 에이즈로 진행되는 속도가 빠른 새로운 변이가 확인되었습니다. 에이즈가 알려진지 40년 이 지난 지금 더 독력 (virulence)이 강한 변이가 발견된다는 것은 바이러스의 진화 방향이 꼭 독성이 약한 방향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생각됩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크리스 와이먼트(Chris Wymant, Big Data Institute, Li Ka Shing Centre for Health Information and Discovery, Nuffield Department of Medicine, University of Oxford, Oxford, UK)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 내 HIV/AIDS 역학 연구인 BEEHIVE (Bridging the Epidemiology and Evolution of HIV in Europe)에서 새로운 변이를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에서 17명의 VB 변이 환자를 찾아낸 후 6700명의 HIV 양성자의 유전자를 분석해 92명을 더 찾아냈습니다. 109명의 VB 변이 보균자를 분석한 결과 네덜란드에서 유행 중인 B 아형 (subtype B) HIV에 비해 바이러스 양이 3.5-5.5배 정도 더 많았습니다.
바이러스 양이 많다는 것은 증식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으로 전파력도 높고 에이즈 진행 속도도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VB 변이가 있는 사람에서는 CD4+ 세포 감소 속도가 두 배나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VB 변이 감염자들이 2-3년 이내에 에이즈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에이즈 진단 기준은 면역세포(CD4+ T 세포) 수가 200/㎣ 미만이거나 주폐포자충 폐렴 등 ‘에이즈 정의 질환’에 해당하는 기회감염이 있는 경우입니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바로 면역 결핍이 일어나는 건 아니고 CD4+ 세포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야 면역력이 감소해 각종 전염병에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유전자 분석 결과 VB 변이는 아마도 1990년대부터 진화해 점점 증식 속도를 높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행히 HIV가 그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 존재를 잘 몰랐던 것입니다. 아무튼 VB 변이의 발견은 코로나 19 대유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숙주에게 덜 피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증상을 빨리 일으키고 숙주를 금방 죽게 만들면 숙주에 기생하는 병원체도 좋을 게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화의 방향성은 무작위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이미 사람에 전파된지 오래된 바이러스나 세균도 갑자기 독력이 강한 변이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모두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바이러스였는데, 100년 전과 2년 전에 매우 강력한 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류의 능력은 분명히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인류가 점점 더 유리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new-virulent-hiv-variant-viral-evolution-oxford/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k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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