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Pixabay/CC0 Public Domain)
박테리아는 자신보다 훨씬 큰 진핵 세포에 감염되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보다는 크지만, 동물 세포보다는 작기 때문에 동물 세포 내부로 침투한 후 아예 그곳에서 살아거가나 바이러스처럼 증식한 후 세포를 파괴시키면서 빠져나와 새로운 숙주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샌디에고 주립 대학의 과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포 사이에 감염되는 박테리아를 발견했습니다. 선충에 감염되는 보데텔라 아트로피 (Bordetella atropi)라는 신종 박테리아는 그리스 여신의 운명의 3여신 모이라이의 막내 아트로포스(Ἄτροπος, Atropos)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운명의 실처럼 아주 길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B. atropi는 본래 세포에 침투할때는 보통 세균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숙주인 Oscheius tipulae의 장 세포 속에서 30 시간 이상 분열하지 않고 길게 자라면서 본래 길의 100배까지 자라납니다. 결국 숙주 장세포보다 더 길어지기 때문에 이렇게 길게 자란 세균은 벽돌처럼 옆에 있는 장 세포로 침투해 다른 세포로 전파되는 독특한 증식 기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세포가 분열하지 않으면 증식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최종 단계에서는 다시 작은 막대기 같은 형태로 조각나 다른 세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몸을 길게 만드는 박테리아는 그렇게 드문 건 아닙니다. 박테리아 필라멘트화(Bacterial filamentation)는 대부분 환경이 좋지 않거나 DNA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숙주 세포로 침투하기 위해 긴 필라멘트가 된 것은 처음 보고되는 것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기생을 하는 세균이 숙주보다 더 길어져 여러 개의 숙주에 걸쳐 꼬치처럼 관통한다는 이야기인데, 박테리아의 세계 역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2-never-before-seen-bacteria-infect-cells.html
Tuan D. Tran et al, Bacterial filamentation as a mechanism for cell-to-cell spread within an animal host, Nature Communications (2022). DOI: 10.1038/s41467-022-282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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