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대유행 초기 일부 과학자들은 SARS-CoV-2의 감염에서 회복까지 모든 과정을 파악하기 위해 이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직접 감염시키는 임상 실험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이 실험은 2020년에는 시행되지 못하고 최근에야 소수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ICL)의 과학자들은 18세에서 29세 사이 건강한 청년 36명을 대상으로 대유행 초기 균주인 SARS-CoV-2/human/GBR/484861/2020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대상자들은 과거 감염력이나 백신 접종력이 없는 사람들인데, 이미 영국에서 백신 접종이나 감염을 통해 항체를 지닌 사람이 98%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예외적인 사람들입니다.
바이러스를 주입한 결과 절반인 18명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절반이나 감염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의외인데, 사실 여기에 매우 중요한 정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엄청난 수의 확진자가 나온 영국에서 백신 접종 없이도 지금까지 감염이 되지 않았다면 대유행 이전 이미 자연적인 면역이나 저항성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 있는 설명은 계절성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교차 면역이나 혹은 ACE2 수용체나 바이러스 침투에 필요한 다른 단백질의 변이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자연적인 내성이 있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 HIV 에서 CCR5-Δ32 수용체 돌연변이와 비슷한 사례일 수 있어 후속 연구가 주목됩니다. 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은 HIV가 세포 내로 침투하지 못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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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연구에서 주입된 바이러스 양은 호흡기 비말 하나 정도에 해당되는 매우 작은 양이기 때문에 주입된 양이 적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감염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빠른 42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코에서 많이 나온다는 사실 역시 다시 확인됐습니다. 감염력이 가장 높은 시기는 감염 후 5일 정도였고 9일까지 감염력이 있는 수준의 바이러스 배출되었으나 일부 사람에서는 12일까지도 배출되었습니다.
다만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 주요 변이에 대한 검사를 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변이 균주에 따라서는 위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행하는 균주와는 다른 오리지널 버전을 사용해서 현재 바이러스 전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은 반면 대상자들이 장기적인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 대상자들은 젊고 다른 위험 인자가 없는 사람들도 감염 후에도 대부분 증상이 경미했습니다. 하지만 만성 코로나 (long COVID)의 경우 증상이 경미해도 생길 수 있고 장기적인 합병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진행할 정도로 꼭 필요한 연구였는지 다소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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