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3 억년전 육상 초식동물의 조상이 발견되다



 육식을 할 것인가 초식을 할 것인가는 인간 같은 잡식성 동물에게는 그날 그날 선택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동물의 세계에서는 앞으로의 생존과 진화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셀룰로오스가 풍부한 식물성 먹이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세균이 내놓는 셀룰라아제 같은 효소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추동물들은 이 소화시키기 어려운 섬유질 먹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복잡하고 긴 위장관 시스템과 수많은 공생 미생물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풀과 나무를 소화시키는 초식은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드는 일입니다. 씨앗이나 견과류를 먹는 형태의 초식이나 혹은 육식과는 비교가 안되게 힘든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유류는 물론 수많은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풀이나 나뭇잎 같은 섬유질이 많은 먹이를 소화시킬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먹이는 육지에서 지천으로 널려있기 때문이죠. 열매가 흔한지 나뭇잎이 흔한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최초의 육지 초식동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육지에 올라온 초기 육식동물 중 일부가 초식성 먹이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 그 기원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초기에는 잡식성으로 쉽게 소화시킬 수 있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풍부한 씨앗이나 열매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대량으로 존재하지만 소화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섬유질이 많은 음식까지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듯이 차츰 진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토론토 대학 (University of Toronto) 의 과학자들은 3 억년전에 살았던 20 cm 정도 되는 단궁류 (Synapsid) 인 Eocasea martini 를 발견했습니다. 이 작은 척추동물은 진화적 카테고리로 봤을 때 포유류의 조상 그룹과 연관성이 있을 텐데 토론토 대학의 고생물학자인 로버트 레이즈 교수 (Robert Reisz, a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Biology) 와 그의 동료들은 미국 캔자스 주에서 이 동물의 두개골의 일부와 척추의 대부분, 그리고 골반 및 뒷다리를 발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의 분석에 의하면 E. martini 는 현재 까지 발견된 육지 척추 동물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초식의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진화하던 3 억년 전의 세상은 석탄기로 알려진 시기로 오늘날에는 석탄이 된 고대 식물들이 울창하게 번성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서 보다 풍부한 식물성 먹이를 선택한 진화압이 작용한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연구팀은 단궁류나 혹은 E. martini 가 속한 Caseid 라는 그룹에서 뿐만이 아니라 여러 동물 그룹에서 초식성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억년전의 초기 초식 동물인 E. martini  와 3000 만년 후 진화한 가장 큰 초식 동물의 발자국  The smallest and largest caseid: this is a reconstruction of 300-million-year-old tiny carnivorous Eocasea in the footprint of 270-million-year-old largest known herbivore of its time, Cotylorhynchus.
Credit: Artwork by Danielle Dufault )  


 이와 같은 육상 초식동물의 진화는 채식을 선택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 육지 동물이 지상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먹이에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거대해 질수 있었고 이를 잡아먹고 사는 대형 육식동물의 진화도 덩달아서 가능해졌습니다. 식물들 역시 새로 등장한 포식자에 대응하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진화시켰고 결국 동시다발적인 공진화가 일어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지상 생태계의 모습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보면 초식 동물의 진화는 생명에 역사에 있어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생태계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일테니 말이죠. 물론 현대의 인류 역시 잡식성 동물이기에 고기와 우유를 수많은 초식 동물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Robert R. Reisz, Jorg Frobisch. The Oldest Caseid Synapsid from the Late Pennsylvanian of Kansas, and the Evolution of Herbivory in Terrestrial Vertebrates. PLoS ONE, 2014; 9 (4): e94518 DOI: 10.1371/journal.pone.009451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