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회계 년도 2014 년 2 분기 (3월 29 일 마감 되었으므로 실제로는 2014 년 1 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2014 년 초 애플은 애널리스트들과 자신들이 예측한 것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효자 노릇을 한 것은 아이폰이었습니다. 2014 년 첫 3 개월간 아이폰 판매량은 4370 만대로 전년 동기의 3740 만대 대비 17% 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5S 와 5C Credit : Apple Inc.)
이와 같은 호실적의 배경은 중국과 일본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중국에서는 13%, 일본에서는 26% 라는 매우 큰 폭의 성장을 보인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 4%, 성장에 그쳤고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7% 줄어든 것과 대조적입니다.
다만 애플은 구체적으로 아이폰 5S/5C/4S 의 판매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판매량이 17% 증가한데 비해 매출이 14% 증가한 점으로 봤을 때 아이폰 5C 및 4S 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이폰 5C 는 가격으로 봤을 때 보급형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기 때문이죠. 그냥 좀더 주고 아이폰 5S 를 사는 것이 유리할 것이고 실제로도 대부분 판매는 아이폰 5S 위주로 이뤄진 것 같습니다. 만약 중저가 모델이 많이나갔다면 판매량에 비해 매출 증가가 적거나 오히려 뒷걸음질 쳤을 텐데 판매와 매출 증가가 얼추 비슷했습니다. 애플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아이폰 5C 가 안팔려서 (?) 실적에는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한편 안드로이드 타블렛의 거센 도전과 더불어 타블렛 시장 역시 포화 상태에 근접하면서 아이패드 판매량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패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1635 만대로 (작년 동기 1948 만대) 나타났습니다. 매출은 13%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보다 더 매출이 하락한 것은 아이팟으로 매출과 판매량 모두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맥 판매량은 5% 증가했으나 매출은 1% 증가에 그쳐 작년과 비슷했습니다. PC 시장이 하락세를 타는 것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선방했다고 볼 수도 있겠죠.
한가지 놀라운 것은 아이폰의 예상외의 호실적 외에 살아생전 고 스티브 잡스가 취미라고 언급했던 애플 TV 가 무려 2000 만대가 팔렸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동기에 1300 만대 대비 53% 가 증가한 것으로 사실 가격대를 생각하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애플 TV 의 주 수입원은 사실 하드웨어 판매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애플 TV 콘텐츠 수입은 무려 10 억 달러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드웨어를 싸게 팔고 콘텐츠를 많이 팔아서 수입을 올린다는 전략이 통한 케이스라고 하겠습니다. 국내에는 아이튠즈 사용자가 적지만 미국에는 상당수 존재하므로 이들에게 콘텐츠를 팔아서 수익을 내는 사업구조는 유효하다고 하겠습니다. 이걸 보니 아마존이 파이어 TV 를 내놓은 것이 이해가 되네요.
2014 년 2 분기 애플은 456 억 달러 매출과 102 억 달러 순이익을 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6%, 순이익은 7.3% 증가 했습니다. 매출 총 이익률 (Gross Margin) 도 지난 해 같은 기간 37.5% 보다 증가한 39.3% 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스마트폰, 타블렛 시장의 포화 및 중저가 제품의 확산으로 인해 애플이 2014 년에 이전보다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는데 아무튼 2014 년 초까지는 예상보다 잘 나가는 셈입니다.
다만 애플은 3 분기 (즉 실제 달력상은 2 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매출 360 - 380 억 달러로 조심스럽게 예측했는데 이는 4-6 월 사이에는 신제품이 없고 결국 매년 그랬듯이 4 분기 (즉 7-9 월 사이인데 통상 9월) 에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고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3 년째로 (2011 년 10월 5일 사망) 접어드는데 이후 애플은 화면 크기가 변한 점을 제외하면 사실 깜짝 놀랄만한 신제품은 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침이 극심한 IT 분야에서 이렇게 버티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네요. 물론 언제까지 그럴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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