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몇 차례에 걸쳐서 설명드렸듯이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 (Enceladus) 는 지름 500 km 에 불과한 작은 얼음 위성이지만 수증기를 분출하는 간헐천과 표면에 타이거 스트라이프 (Tiger Stripes) 라는 독특한 구조물과 흰색의 얼음과 눈으로 덮힌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모두는 엔셀라두스 내부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고 이 물이 표면의 균열을 타고 분출한다고 설명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습니다. 그 에너지원은 토성의 강한 중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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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셀라두스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대부분 카시니 (Cassini) 탐사선의 관측 결과를 통해서 얻어졌습니다. 카시니가 처음 엔셀라두스의 놀라운 모습을 포착한 것은 2005 년이었는데 이후 여러 차례 관측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2005 년 당시 관측한 엔셀라두스의 표면. 흰색의 표면을 가진 이 작은 위성의 남반구에는 호랑이 무늬 같은 얼음의 균열이 보임. As it swooped past the south pole of Saturn's moon Enceladus on July 14, 2005, Cassini acquired high resolution views of this puzzling ice world. From afar, Enceladus exhibits a bizarre mixture of softened craters and complex, fractured terrains. Credit :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이후 발견된 수증기가 나오는 간헐천은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고 많은 과학자들에게 엔셀라두스의 얼음 지각 밑에 액체 상태의 물, 즉 바다가 존재한다는 믿을 만한 증거로 생각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지각을 뚫고 나와 흐르는 용암을 보고서 단단한 지각 밑에 액체 상태의 암석인 마그마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엔셀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얼음의 간헐천 Dramatic plumes, both large and small, spray water ice out from many locations along the famed "tiger stripes" near the south pole of Saturn's moon Enceladus. Credit : NASA/JPL/Space Science Institute )
이후 과학자들에게 궁금한 것은 엔셀라두스 내부에 얼마만큼의 물이 존재하는지와 이 안에 과연 유기물질, 더 나아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유기물이나 생명체의 존재를 검증하는 것은 먼 훗날의 엔셀라두스를 조사할 새로운 탐사선이 할 수 밖에 없는 일이고 현재 카시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본래 그런 목적으로 개발되지를 않았기 때문에) 엔셀라두스의 내부 구조를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만약 엔셀라두스 주변의 중력 분포를 검사할 수 있다면 그 아래 있는 물질의 밀도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2010 년 4월에서 2012 년 5월 사이 카시니는 다시 엔셀라두스에 근접해 플라이 바이 (Flyby) 를 시행했습니다. 이 때 과학자들은 카시니가 보내는 전파 신호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해서 본래는 측정할 수 없던 중력 분포를 측정했습니다. 연구의 공저자인 사미 아스마르 (Sami Asmar of NASA's Jet Propulsion Laboratory (JPL) in Pasadena, Calif.) 에 의하면 "탐사선이 엔셀라두스로 날아갈 때 그 속도는 중력장에 영향을 받아 변하게 된다. 그것이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속도의 변화를 태양계를 거쳐 지상에서 수신하는 전자기파의 변화로 볼 수 있다. ("As the spacecraft flies by Enceladus, its velocity is perturbed by an amount that depends on variations in the gravity field that we're trying to measure. We see the change in velocity as a change in radio frequency, received at our ground stations here all the way across the solar system.") 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스피드 건과 유사한 원리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엔셀라두스의 얼음층은 이전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두꺼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략 30 - 40 km 두께의 얼음층 아래 10 km 두께의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엔셀라두스의 크기를 생각하면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작은 크기입니다.
(엔셀라두스 내부 구조의 모식도 Gravity measurements by NASA's Cassini spacecraft and Deep Space Network suggest that Saturn's moon Enceladus, which has jets of water vapor and ice gushing from its south pole, also harbors a large interior ocean beneath an ice shell, as this illustration depicts. Image Credit: NASA/JPL-Caltech)
연구의 주저자인 루치아노 레스 (Luciano Iess of Sapienza University of Rome) 는 중력 이상 (Gravity Anomaly: 중력계로 측정한 관측 중력과 표준 중력 값의 차이. 이 값이 큰 + 값을 가지면 아래에 밀도가 높은 물질이 있다는 의미) 결과로 추정한 얼음 지각 아래의 바다 (물과 얼음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추정이 가능) 카시니의 카메라 관측 결과로 추정했던 것 보다는 작은 크기라고 언급했습니다. 엔셀라두스의 바다는 생각보다는 작은 셈입니다.
다만 이를 확실히 결론 내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상세한 관측이 필요하며 이는 미래의 탐사선의 임무입니다. 카시니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런 목적의 탐사 장비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이가 없으면 잇몸이란 이야기처럼 어떻게든 데이터를 측정해서 연구를 진행한 셈인데 아이디어는 물론이고 집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향후 후속 연구가 이뤄져 이들의 연구가 옳다는 점이 입증되면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널 Science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L. Iess, D.J. Stevenson, M. Parisi, et al, The Gravity Field and Interior Structure of Enceladus, Science 4 April 2014: Vol. 344 no. 6179 pp. 78-80, DOI: 10.1126/science.125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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